'선배' 호칭한 홍준표, '서민의 아들' 추켜올린 손학규

각별했던 여·야 대표 첫 상견례... 한미FTA 놓고는 '신경전'

등록 2011.07.08 16:28수정 2011.07.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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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대표가 8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껴안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대표가 8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껴안고 있다.남소연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대표가 8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껴안고 있다. ⓒ 남소연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대표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와락 껴안았다. 잠시 주춤했던 손 대표도 환하게 웃으며 홍 대표를 마주 안았다. 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돈독한 친분을 나눴던 두 사람이 8일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여·야 대표로서 처음 만났다.

 

손 대표를 방문한 홍 대표는 간간이 '선배'라는 호칭을 섞으며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손 대표도 "홍 대표가 선출된 것이 민심"이라며 그를 추켜올렸다. 그러나 서로 현안에 대한 '신경전'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홍 대표는 "내가 되서 이상했죠,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손 대표는 "아니다, 기뻤다"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 서민의 아픔을 아는 것처럼 홍 대표가 서민의 아들이고 서민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선출된 것"이라고 답했다.

 

당직 인선 문제로 다소 민감한 한나라당의 계파 갈등 상황도 거론됐지만 웃으며 넘어갔다. 

 

홍 대표가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의 계파 갈등을 거론하며 "한나라당 당직자 240여 명 중, 홍준표 계파는 딱 네 사람이다"라고 말하자, 손 대표는 "(대표가 되도록) 당에서 도와줬으니 네 사람은 다 버리라"고 농을 건넸다. 홍 대표는 "자기는 다 있으면서 나보고 그렇게(말한다)"고 맞받았다.

 

"선배님은 합리적이시니 몸싸움 안 했으면"... "국민만 보고 가자"

 

신경전은 이같은 농담과 덕담이 오간 뒤에야 벌어졌다. 홍 대표는 여·야 격돌이 예상되는 한미FTA 문제를 꺼냈다. 여·야는 이날 열린 한미FTA 비준안 관련 여·야·정 협의체 2차 회의에서도 서로의 의견 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그는 "손 선배님과는 잘 되리라고 본다"며 "이번에 한미 FTA 문제, 수신료 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손 대표가 합리적이기 때문에 강행처리나 몸싸움 등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원내대표 재임 당시 여·야 대치 상황도 거론하며 한미FTA·북한 인권법·KBS 수신료 인상안 등에 대한 합의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야당이) 본회의장 점거도 했고, 전기톱·소화기 등도 나왔지만, 막판 협상 때는 (내가) 재량권을 행사했다"며 "(내가) 원내대표 하는 1년 동안 야당과 극렬하게 (대치)한 것은 없었고 거의 합의처리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국회 문제는 원내대표가 있으니깐 그들끼리 얘기하고"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이념 앞세우고, 노선 앞세울 것이 아니다"며 "한나라당 당원들이 홍 대표를 뽑았지만 다 국민의 뜻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국민만 보고 하자"고 꼬집었다.

 

한편, 두 대표의 끈끈한 친분 관계는 15대 국회 당시인 지난 1999년 미국 워싱턴 체류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홍 대표는 의원직 상실,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 낙선이란 '아픔'을 겪고 있었다. 서로 아픔을 달래며 친분을 쌓은 덕에 홍 대표가 사석에서 손 대표를 '형님'으로 불렀다고 알려졌다.

 

손 대표가 2007년 한나라당 탈당 직전, 홍 대표에게 '동반탈당'을 권유했던 것도 유명한 일화다. 당시 손 대표는 홍 대표에게 "내 캠프로 와서 선대 본부장을 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형님 같은 지도자가 탈당하면 정치적 결단이지만 지도자가 아닌 내가 탈당하면 배신일 뿐"이라며 손 대표의 권유를 거절했다.

#손학규 #홍준표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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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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