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보일 듯 말듯 산이 있었네

이른 새벽 산책길에서 쓰는 아침 일기...거제 지심도

등록 2011.07.12 17:50수정 2011.07.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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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 거제도 지심도. ⓒ 정도길


장마가 끝을 보이지 않고 이어진다. 며칠 전엔 폭우로 산사태가 나고 계곡물이 넘쳐,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소식이다. 집안도 습기로 가득해 모든 게 축축한 느낌. 창문을 열지만 오히려 밖의 습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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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대학 안개 속에 묻힌 거제대학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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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차츰 안개가 걷혀 가는 지심도 ⓒ 정도길


12일 이른 아침. 오랜만에 햇살이 얼굴을 내민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지가 얼마만일까? 평소 아침운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오늘은 일찍 일어 난 탓에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지루한 아침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공기는 싱그러웠고, 비온 뒤 우중충한 건물이 빗물에 씻겨 깨끗해서 좋았다.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활기찼고 표정도 밝다. 예전, 그 어느 날과는 확연한 다른 느낌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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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안개 속에 묻힌 지심도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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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안개 속에 묻힌 지심도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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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안개 속에 묻힌 지심도 ⓒ 정도길


반시간을 걸었을까. 거제도 동쪽 망망대해로 이어지는 섬, 지심도가 보이는 장승포해안일주도로에 도착했다. 짙은 안개가 섬을 에워싸고 있다. 섬 꼭대기 일부만 보이고 주변은 하얗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자 안개는 바람에 밀려 하늘 길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 하늘에도 안개가 흐르는 길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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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안개 속에 배가 숨을 죽이고 정박해 있다. ⓒ 정도길


예전 같으면 아침 이 시간 거제에서 부산으로 가는 여객선을 보았는데, 이제는 볼 수가 없다. 지난해 개통한 거가대교로 인해 거제부산을 오가는 뱃길이 끊어졌기 때문. 한 바다엔 대형 상선 한 척이 안개 속에 묻힌 채 숨을 죽이고 정박해 있다. 짙은 안개 때문일까, 소리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다. 해안가엔 세 척의 어선이 아침을 열고 있다. 어부의 바쁜 손놀림은 수확의 기쁨으로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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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풍경 어선들이 새벽을 열고 있다. ⓒ 정도길


길가에 무리지어 핀, 안개비를 머금은 원추리가 싱그럽다.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원추리. 안개 자욱한 지심도를 내려다보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손을 내밀어 꽃송이를 살포시 만져 봤다. 긴 장마를 버텨 이겨내 온 힘이 느껴진다. 주홍빛 꽃잎에서 강한 슬픔과 연민의 정이 일어남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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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원추리가 안개 속에 묻힌 지심도에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 정도길


'꽃이 되려거든 원추리가 되고, 새가 되려거든 두견새는 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슬픔과 근심을 잊는다는 야생화로도 많이 알려진 원추리. 길가 바람에 안개비를 맞으며 흔들거리는 원추리는 안개 속 지심도를 그리워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 <뉴스앤거제> 그리고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 송부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 <뉴스앤거제> 그리고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 송부합니다.
#지심도 #원추리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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