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높이 매달려 꼼짝 않고 있는 청개구리
최오균
나는 날씨가 좋으면 반야봉까지 갔다가 연하천 대피소에서 하루를 묵고 내려올 요량으로 국립공원 예약센터에 들어가 보니 마침 한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12일 저녁을 연하천 대피소에서 묵기로 예약을 하고 등산배낭을 챙기고 있는데, 아내가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입산을 금지하고 있는데, 입산을 금지한다는 공지사항이 없고 대피소에서는 예약을 받고 있었다.
"여보, 저기 청개구리 안 보여요? 저렇게 높이 올라가 있는 걸 보면 내일 비가 많이 올 것 같아요."
"글쎄, 그런데 기상청 예보는 흐리다고 나와 있어."
"아마, 청개구리 날씨예보가 기상청보다 더 정확 할 거예요. 그러니 등산계획을 포기하는 게 어때요? 잘못하면 청개구리 신세를 지고 말거예요."
"그렇긴 한데 내일 아침까지 좀 두고 보자고."
등산장비를 챙기고 있는 나를 보며 아내는 극구 말렸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서는 청개구리 날씨예보가 기상청보다 정확할 거라는 거였다. 나는 노고단의 운해를 보기 위하여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성삼재로 가는 새벽 4시 출발 첫 버스를 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처마 밑 유리창에 높이 매달려 있는 청개구리를 보며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청개구리들은 어제 낮까지 거실 베란다에 놓아둔 문주란에 숨어 있다가 오후부터 자리를 옮겨 2m 높이의 처마 끝 유리창에 매달려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녀석들이 저렇게 높이 매달려 있을 때에는 영락없이 큰 비가 내렸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첨단과학을 측정한 기상청 예보를 믿고 나는 내일 새벽 등산을 감행키로 결심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