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자존심 경쟁에 '반값 TV' 등장

40만원대 LCD TV 가격 '반 토막'... 취약 계층에 인기

등록 2011.07.13 19:54수정 2011.07.13 19:54
0
원고료로 응원
a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로지텍 물류센터에서 디지털전환 취약계층 지원용 TV를 배송용 트럭에 싣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로지텍 물류센터에서 디지털전환 취약계층 지원용 TV를 배송용 트럭에 싣고 있다. ⓒ 김시연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로지텍 물류센터에서 취약계층 지원용 디지털TV 첫 배송이 시작됐다. 이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트럭에 실은 삼성 22인치 풀HD LCD TV 모델명은 'LN22D450G1F'.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시중에서 4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을 10만 원 정부 지원까지 받아 단 5만9000원에 살 수 있는 취약 계층에겐 말 그대로 '로또TV'인 셈이다.

40만원대 TV가 5만9천원... "삼성-LG 자존심 경쟁 탓"

방통위는 지난달 9일 삼성 22인치 LCD TV와 LG 23인치 제품을 '디지털전환 취약계층 지원용 TV'로 선정했다. 공급 가격은 각각 15만9000원, 19만9000원으로 40~50만 원대인 시중 가격 절반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디지털TV 보급 시범사업에 참여했지만 당시 23인치 LCD TV 공급가는 30만5000원(정부 지원시 20만5000원)이었다. '1인치' 차이를 감안해도 불과 1년 사이에 값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번 선정 작업을 진행한 곽동엽 방통위 디지털방송정책과 사무관은 "삼성과 LG가 수익보다는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라면서도 "애초 양사가 (정부 10만 원 지원시) 15~20만 원대 정도로 가격을 높게 불렀지만 서로 단독 제품으로 선정되려고 자존심 경쟁을 벌이면서 10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22-23인치 TV는 거실보다는 안방에서 보는 '세컨드TV' 개념으로 양사 판매 비중이 높진 않았다. 하지만 양사 제품이 동시에 선정될 경우 매년 판매량이 비교되는 등 부담이 커 어떻게든 단독 선정되려 애를 썼다고 한다. 하지만 '단일 선정'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두 제품 모두 선정되고 말았다.  

삼성 제품의 경우 오히려 시중 판매 제품보다 기능이 보강된 모델로 알려졌다. 4만 원 더 비싼 LG 제품은 시야각이 180도에 가까운 IPS 패널을 사용한 반면 삼성 제품은 PC 모니터용으로 쓰는 TN 패널을 사용해 정면이 아닌 위아래에서 볼 때 화면이 변색되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삼성 선정 제품에는 누워서도 시청할 수 있는 '매직 앵글' 기능을 추가했다고 한다.


대기업 '반값 TV'가 컨버터-TV 선호도 뒤바꿔

a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로지텍 물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전환 취약계층 지원용 TV 배송 행사에 앞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로지텍 물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전환 취약계층 지원용 TV 배송 행사에 앞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시연


방통위는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 중단을 앞두고 제주 등지에서 디지털방송 전환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 해당 지역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시청각 장애인 등 취약계층 가운데 직접 수신 가구를 대상으로 기존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는 디지털 컨버터를 공짜로 주거나 정부 지정 디지털TV에 한해 구입 비용 10만 원을 지원했는데 지금까지는 컨버터 신청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7월 1일 서울 지역부터 대기업 '반값 TV' 등장하면서 취약계층의 지원 신청 판도도 180도 달라졌다.    


곽동엽 사무관은 "시범 지역에선 컨버터 신청 비중이 94%고 TV는 6%에 그쳤는데 서울 지역에선 TV가 76.8%, 컨버터가 23%로 완전히 뒤집혔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에서 7월 1일부터 11일까지 디지털 전환 지원을 신청한 1742가구 가운데 TV는 1339건으로 76.8%였다. 이 가운데 91%인 1225가구가 삼성과 LG의 취약계층용 TV를 신청한 반면 32인치와 42인치 보급형 TV는 114건으로 8%대에 그쳤다.

취약 계층뿐 아니라 일반에도 판매되는 보급형 디지털TV의 경우 일단 크기가 커 가격이 비싼 데다 중소기업 제품으로 시중 가격에 비해서도 큰 경쟁력이 없었던 탓이다. 지난달 방통위에서 보급형 TV로 선정한 유한프리젠과 대우디스플레이에서 공급하는 32인치 LCD TV는 각각 46만3000원과 53만5000원, 우성엔터프라이즈에서 공급하는 42인치 LED TV는 86만9000원이다.

취약계층용 TV 가격이 반토막 나다 보니 앞서 비슷한 크기 제품을 2~3배 비싸게 주고 구입한 디지털 전환 시범 지역에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디지털전환 시범 사업으로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중단된 제주 지역에선 23인치 삼성 제품을 20만5000원에 구입한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도 이날 방통위와 협약식을 맺고 8월 1일부터 주민센터나 인터넷(민원24 www.minwon.go.kr, OK 주민서비스 www.oklife.go.kr)으로 지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방통위는 전국 취약계층 186만 가구 가운데 '반값 TV' 신청 자격이 있는 방송 직접 수신 가구는 18% 정도인 31만 가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배송 행사에 앞서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을 만난 최시중 위원장은 "모든 분야에서 삼성이 리딩 기업으로 선망을 갖고 있는데 좀 더 배려와 헌신을 갖고 인류애 잃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오늘 행사는 그런 뜻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반면 윤부근 사장은 "전 세계 TV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373개"라면서 "브랜드 없는 업체들이 뛰어들어 가격을 낮추는 바람에 TV 수요는 10% 늘었지만 판매 금액은 정체돼 있다"며 글로벌 TV 1위 사업자로서 어려움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TV #삼성전자 #방통위 #윤부근 #최시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