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발언은 면책특권에 해당된다, 경찰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에게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 불법도청 진상조사위원회는 14일 "한 의원을 즉각 체포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민주당 당 대표실' 불법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한 의원을 아예 체포하라는 것이다.
조사위는 이날 회의에서 "한 의원은 자기의 범죄 사실을 사실상 자백했고, 스스로 진실을 알고 있다고 여려차례 얘기했다"며 "이제 한 의원에게 수사에 응하라고 요구할 단계는 끝났다, 강제 체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8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처리돼야 하기에 비회기인 지금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체포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의원에게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혐의도 제기했다. 한 의원이 "민주당 당직자에게 녹취록을 얻었다"고 발언해 민주당 당직자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병행하기로 했다.
경찰 "녹취록 낭독이 아니라 도청행위 관련성 수사해야"
'강력 처벌' 의지를 피력하는 민주당과 더불어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발끈'했다. 한 의원 소환 요구는 '면책특권'과 관계없다는 것이다.
영등포경찰서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 의원들 간의 대화 내용이 하루 만에 공개됐기 때문에 한 의원의 발언이 '직무상 발언'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떠나 그가 도청행위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이는 면책특권과 관계없이 도청 관련성에 대한 수사"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이 주장한 면책특권은 헌법 제 45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에 근거한다. 그러나 한 의원이 '불법도청'에 관련됐는지 여부는 국회 상임위에서 '녹취록'을 읽은 것과는 무관하게, 도청 자체에 대한 수사와 연관돼 있으니 일단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또한 "면책특권의 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제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면책특권이 민주당의 '정당 활동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하는 권리인가,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면책특권 적용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의원은 고발당한 처지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공인이라는 측면에서 경찰에 출석해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15일 한 의원의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만일 15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차 소환할 것"이라며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누리꾼들은 "면책특권... 노회찬이 하면 불륜 한선교가 하면 로맨스라고 헌법에 그리 써있나?!"(@archjang)고 성토했고 "면책특권 뒤에 숨은 한선교... 이분 다음 선거 때 '당선열외'시켜드려야겠네요"(@treestone5)라는 의견도 나왔다.
"면책특권 무한정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회 사무처의 입장은 어떨까.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민주당이 한 의원을 고발했고 여야 간 갈등이 있는 사항으로 사법부 판단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 입장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1월 대법원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를 제한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세부적으로 따져봤을 때, 한 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도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은 2003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썬앤문그룹이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후보 측에 95억 원을 줬다고 하는데 왜 조사하지 않느냐"고 발언했다. 이에 이 실장은 허 의원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대법원은 원고패소 판정을 내렸지만 "직무와 아무 관련성이 없거나, 명백하게 허위임을 알면서 한 발언이라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면책특권 범위 제한을 명시했다.
오훈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변호사)은 이에 대해 "해당 판결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무한정 인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며 "한 의원 사건은 불법 도청인 것을 알면서도 공개한 것이기 때문에 '면책특권'의 한계에서 벗어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류제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한 의원의 행동이) 면책특권 취지상 맞진 않지만, 현행법상으로는 면책특권에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률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한 의원과 관련된 '면책특권' 적용 여부가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2011.07.14 19:28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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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한선교, 녹취록 낭독 아니라 도청 관련 수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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