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친구 몇 명? 너도 '감염' 됐구나

[스마트폰, 난 네게 빠졌어③] 스마트폰과 내 삶까지 동기화할 필요는 없다

등록 2011.07.21 10:23수정 2011.08.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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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기준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별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모두 1535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민 3.3명 당 1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셈입니다. 말 그대로 '똑똑한' 전화 스마트폰. 그러나 똑똑한 만큼 쓰다 보면 한가지 문제점도 있습니다. 바로 '너무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보니 종종 중독을 경고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스마트폰에 빠져 지낸 사람들의 경험담를 통해 올바른 스마트폰 이용법을 생각해 보는 기획 기사를 세 차례 내보냅니다. [편집자말]
한 겨울에도 손은 뜨거웠다. 작년 2월 아이폰 유저가 된 이후로 이런 뜨끈함은 익숙해진 지 오래다. 못 참겠다 싶을 땐 테이블에 올려놓고서라도 써야 한다. 2년간 쓰던 고아라폰을 단숨에 놓아버린 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놀라운 터치감 때문이었다.

구입 당시만 해도 스마트한 세상이 열릴 것이란 기대까지는 없었다. '기왕 바꿀 폰이니 인터넷도 되고 신문도 읽을 수 있는 걸 사자'고 결심한 게 다였다. 하지만 삽시간에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세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1500만 시대, 1년 4개월 만에 카카오톡 친구 10배 증가해

작년 3월 카카오톡을 다운 받았을 때만 해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는 고작 10명 남짓이었다. 하지만 지금 친구목록엔 150여 명의 스마트폰 유저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1년 반 만에 10배가 넘는 이들이 스마트폰을 구매한 것이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 광풍이 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여만에 10배로 증가한 카카오톡 친구 목록.
1년여만에 10배로 증가한 카카오톡 친구 목록.박주희


학교 풍경도 달라졌다. 처음 본 팀원들과 단체 대화창으로 회의를 하게 됐으며 교수님과 트위터로 소통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수업시간, 쉬는 시간을 불문하고 알림음이 울렸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부터 게임, 뉴스, 날씨 등 새로운 상황을 확인하라는 유언의 압박. 각양각색의 소식들에 정신을 빼앗기는 건 기본이요 틈만 나면 휴대폰을 확인하게 되었다. 스마트폰 중독이 남 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에 길들여지면서 대화 빈도↑, 관계 깊이↓


대학생 김소영씨(24세, 가명)는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후 많은 시간 휴대폰을 쥐고 있다. 무선인터넷으로 무료로 대화할 수 있게 되면서 연락이 뜸했던 사람,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사람 등 많은 이들과 대화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계속 붙들고 있게 되면서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스마트폰에 길들여지면서 관계의 깊이는 얕아진 것 같다. 사람 간의 관계에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선물 하나 살 때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발품을 팔지 않는가. 하지만 스마트폰을 쓰면서는 만나서 줬을 선물을 기프티콘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관계에 들이는 노력과 수고가 줄어들었다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피쳐폰을 사용하는 대학생 김정진(25세, 가명)씨는 주변 친구들이 스마트폰에 홀려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다른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화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는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친구는 내가 한 이야기에 집중을 못해 다시 한 번 이야기해달라는 이야길 몇 번이고 했다. 그쯤 되면 중독 아닌가."

지하철에 앉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만 보인다며 잠시라도 폰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이들에게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지난 해 겨울부터 이번 년도 여름까지의 사진첩엔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 해 겨울부터 이번 년도 여름까지의 사진첩엔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익숙한 풍경이다.박주희

빠져나오기 힘든 애플리케이션의 유혹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올해 5월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은 40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 만큼이나 어플은 스마트폰 유저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지민정(25세, 가명)씨는 손이 심심할 새가 없다. 딱히 필요한 순간이 아님에도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끄기를 반복한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나 지하철 안에서나 잠들기 전까지도 그녀와 스마트폰은 늘 함께다. 스마트폰을 두고 나온 날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도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대학생 강희주씨(24세, 가명)는 여러 개의 소셜 네트워크 게임을 즐기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은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해 진행하는 게임을 일컫는다. 실제로 그녀는 친구들과 선물이나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게임을 진행한다.

하지만 요근래 이 게임들 때문에 낭패를 보고 있다. 게임에 집중하다보니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졌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겠다는 다짐도 순간 뿐"이라던 그녀는 게임 상태를 알리는 알림음이 울리면 금세 게임 속 사업가로 변신한다.

스마트폰과 내 삶까지 동기화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이 안겨준 행복과 즐거움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폐해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똑똑한 생활로 편입시켜 줄 것 같던 스마트폰이 오히려 생각할 여유를 앗아갔다. 많은 텍스트를 쫓고 있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없을 때도 있다.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인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정보를 저장해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매일 끊임없이 탄생되고 소멸되는 어플들은 소비와 새로움만을 쫓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뇌는 스마트폰의 열기에 비례해 조금씩 둔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스마트폰은 심장보다 뜨겁진 않은가? 발 딛고 있는 세상,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집중하고 싶다면 오늘 하루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게 어떨까.
#스마트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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