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민주당 강서갑지역위원장이 동일필체 의혹이 있는 서명부를 공개하고 있다.신기남
▲ 신기남 민주당 강서갑지역위원장이 동일필체 의혹이 있는 서명부를 공개하고 있다.
ⓒ 신기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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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노상강도의 이름이다. 나그네를 집으로 초대해 쇠 침대에 눕히고 몸이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버리고, 짧으면 다리를 늘려버렸다. 2011년인 지금 대한민국 서울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에게 납치당한 '정의와 원칙'이 '주민투표'라는 이름의 침대 위에 묶인 채 난도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전면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 열람이 끝났다. 겨우 일주일에 불과한 열람기간 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전체 서명부 81만5천여 건 가운데 75%를 맨눈으로 훑었다. 그 결과 적발한 동일필적에 의한 대리・허위서명 등 불법의혹 사례만 해도 13만4천여 건에 달했다. 서울시의 자체 검증에 따른 무효서명도 26만7천여 건이다. 정치 선진국에서라면 나라가 뒤집어질 일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다. 41만8천여 건이라는 청구요건이 채워졌다며 주민투표를 그대로 강행할 태세다. 오세훈 시장은 오히려 한 술 더 떴다. 한나라당을 찾아가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훨씬 유리할 것"이라며 당의 개입을 거리낌 없이 요구했다. '투표운동의 기회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선거운동에 이르는 행위'를 금지한 주민투표법을 서슴없이 짓밟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강행되고 있는 '오세훈표 주민투표'는 불법과 부정으로 얼룩진 '더러운 투표'다. 서울시 교육청의 고유 권한과 예산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며, 오세훈 시장의 대권 도전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이다. 한나라당의 현역 국회의원들과 당직자, 서울시 산하 공무원들이 주민투표 청원 서명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물론, 거대한 조직이 동원된 '단군 이래 최대의 주민등록 도용사건'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초유의 '대국민 사기극'이다.
오세훈 시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더러운 주민투표'는 무상급식에 대한 민주적 찬반토론과 아무런 인연도 없다. 국민들의 상식과 원칙을 무너뜨린 희대의 사기극이 법의 이름으로 버젓이 치러지는 사회는 권위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정치후진국일 뿐이다.
민주당은 '불법・부정투표 보이콧'을 당론으로 선언해야 한다. 투표율 저조로 주민투표가 알아서 무산되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는 진보개혁을 추구하는 공당의 책임 있는 태도가 될 수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수수방관 속에 한나라당과 서울시의 관권・동원투표가 자행될 경우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왜곡된 결과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져야 할지, 관심을 접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하는 서울시민들에게 '주민투표'로 위장된 사기극을 거부하자고 호소하라. '더러운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 시민의 주권을 되찾는 정정당당한 길임을 알려야 한다.
더 나아가 주민투표 중단 요구와 보이콧을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깨어 있는 시민의 힘'과 다시 만나야 할 때다. 시민의 자존심과 민주적 가치를 되찾는 또 한 번의 촛불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신기남 기자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이며 민주당 상임고문입니다.
2011.07.18 14:36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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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가장한 '더러운 투표', 거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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