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주민들과 해군기지 반대 집회를 하는 도중 한 주민과 눈 인사를 하고 있다.
이주빈
강정마을에서 나고 자란 강 회장은 젊어서는 100미터를 11초3에 뛸 정도로 민첩했다. 태권도 실력은 알아주는 수준급이었고 중학교 때는 핸드볼 선수로 활약했다. 기골이 장대하고 힘도 세 싸움도 곧 잘했는데 그래서 붙은 별명이 '강정 소'였다.
젊은 '강정 소'는 놀기 좋아하고 술 마시기 좋아해 부인의 타박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다 홀연히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일용노동으로 벌이를 하며 11년을 살았다. 2001년 7월에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 공무원이었던 매형이 지방선거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그의 매형은 고 이영두 전 서귀포시장으로 2006년 11월 방어축제 점검을 위해 배를 타고 나갔다가 순직했다.
"매형은 김태환 전 제주지사와 짝을 이뤄 두 번 선거를 했어요. 첫 번째 도전은 실패했고, 2006년에 김 전 지사의 러닝메이트로 나와 서귀포시장을 했습니다. 그때 모슬포부터 성산포까지 맨발로 뛰며 선거운동을 했어요. 김태환씨 득표율이 높은 곳은 자기고향과 강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지지를 해줬는데 강정에 기습적으로 해군기지 유치를 선언해버린 겁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셈이죠. 만약 매형이 살아있었다면 김태환씨가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매형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에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 마을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4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저도 많이 힘들어서 몇 번이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주민들 때문에 그만두질 못했어요. 하우스 같은 시설재배는 날씨나 온도변화에 민감해서 늘 앉아서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비오면 온도 올려줘야 하고 볕이 나면 하우스 안에 열기를 빼줘야 하는데 제주시내서 집회를 열면 비오다가 갑자기 볕이 나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잖아요. 그 한 순간 때문에 작물이 다 말라죽어요. 일년 농사 망치는 거죠. 그래도 저는 계속 싸우자고 말하고 주민들은 변함없이 생업을 제치고 마음을 모아주시고 힘을 모아줍니다. 얼마나 미안한지…." 그 미안한 마음 조금이라도 덜어내 보려는 것일까. 강 회장의 마을방송 마무리 말은 항상 "해군기지 저지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주민 여러분 힘내십시오"다.
강정마을회에서 웃음치료와 명상치료, 역할극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이 프로그램들이 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해오는 동안 주민들에게 생긴 오래된 상처를 씻어내고 아물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치유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사람의 마음이 건강하게 치유되어야 이웃 간 쌓인 불신과 분노의 벽도 사라지고 마을 전통도 되살아날 것이란 생각이다.
강 회장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서너 시간. 4년 동안 마을회장을 맡으면서 갖은 협박과 회유를 받았다. "가족들 목숨은 생각하지 않나"라는 협박은 차라리 가소로웠다. "해군기지 찬성 입장을 배려해주면 편히 살게 해줄 테니 챙겨서 뜨라"는 회유엔 모멸감을 느꼈다. "사람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가치 하나는 지키고 살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친구 만나면 술 한 잔 나누고 힘들 때 옆에서 도와주고…. 이웃끼리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평화라고 생각해요. 강정은 제주의 어떤 지역보다 신으로부터 좋은 환경을 물려받았습니다. 이것을 함께 누리면서 주어진 생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가는 것이 행복일겁니다. 근데 국민들 재산과 안녕, 행복을 지켜줘야 할 군대가 이걸 깨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울 수밖에요."그는 여전히 설득당하고 싶다. 정부와 해군, 제주도가 반대하는 주민들을 대화로 설득한다면, 그래서 주민들이 동의한다면 언제든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접을 뜻이 있다는 것이다. 진정어린 대화로 주민들을 설득하기 보다 힘으로 밀어붙일 궁리만 하는 행태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우리는 국책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왜냐고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을 뿐입니다. 제주도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게 이익인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을 지키는 것이 이익인가. 제주도를 '평화의 섬'이라고 하는데 해군기지가 제주도를 '평화의 메카'로 만들어 주는 시설인가 아닌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을 따지더라도 군사기지가 들어서는 것이 관광객 유치에 유리한가 아니면 지금의 자연유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관광산업 활성화에 유리한가.세계 7대 경관 도전한다면서 세계자연유산을 없애고 군사기지를 만든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설득력이 있는가…."그와 주민들이 던지고 있는 의문부호에 대한 답을 이제 정부와 해군, 제주도가 해줄 차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2억8천만원 거액 손배소송... "주민들 자살충동"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