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옛 중앙시네마 인근 명동3구역에서 재개발 시행 업체 측이 일부 상가의 철거를 강행하려하자, 세입자대책위원회 소속 상인들을 돕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농성장인 '카페 마리'를 지키고 있다.
유성호
세입자-학생 연대의 중심이 된 '카페 마리'이미 문을 닫아버린 중앙시네마 극장 쪽으로 가는 인도 위에 '명동해방전선'이란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그 아래에 '카페 마리(Mari)'가 있다. 이곳은 지난 6월부터 명동 3구역 세입자 측의 농성장이 되었다. 흰색 간판과 기둥 사이에 나무판자로 된 문이 덩그러니 달려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양 옆엔 '힘내세요', '함께 하겠습니다' 등의 응원 대자보가 적혀있었다.
문을 열고 살짝 안쪽을 들여다보니 20여 명의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문 근처에서 컵라면 봉지를 뜯고 있던 한 남성이 인사를 했다. 안으로 들어가 봤다. 벽에는 생활수칙, 후원물품 목록, 소감 등을 적은 종이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숙면에 방해되니 새벽 1시 이후엔 음악연주를 자제해달라', '절대 용역에게 먼저 시비걸지 말기', '우리를 위해 김치를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하자' 등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벽 아래에선 십여 명 정도가 부족한 잠을 자고 있었다. 가게 맨 끝 부엌 앞 식탁에선 작은 소리로 기타와 북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농성이나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모두 집회에 열성적인 운동권일 거란 추측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명동 3구역에 찾아온 학생들 중에는 언론이나 트위터를 보고 찾아오거나 친구를 따라 온 경우도 있었다.
공익근무 중이라며 익명을 요구한 경희대 03학번 남학생은 언론을 통해 명동 3구역 소식을 접했다. 명동 3구역 농성 현장에 처음 왔다는 그는 "그래도 한번쯤은 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레이나씨(22)는 18일 용역업체 직원이 세입자 멱살을 잡고 있는 트위터 사진을 보고 찾아왔다. 그는 "할 수 있는 건 없어도 일단 와서 같이 있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르바이트 일정을 조정하고 이곳에 찾아왔다. 자신도 트위터로 오늘 명동 3구역 소식을 알릴 예정이라 했다.
트위터를 통해 연대에 합류하게 됐다는 또 다른 여학생도 "세입자들이 고함치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모른 체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힘없고 가난한 학생이라 이분들의 처지가 이해가 간다"며 "학교나 기업처럼 우리같은 사람들이 권력이 있었다면 이분들이 이렇게 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 덧붙였다.
카톨릭대 일문과 2학년 최희성씨는 친구의 권유로 이곳을 찾기 시작한 경우다. 그는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참하는 등 원래 사회적 관심이 많았지만 명동 투쟁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친한 친구가 권유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끝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상인들이 주장하는 권리금은 당연히 그들의 권리이므로 투쟁을 통해서 법제도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