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재벌개혁' 목소리에... "정치권부터 개혁" 쓴소리

[토론회] "대기업 임원 '표 얻기 위한 재벌개혁, 선거 끝나면 다시 우릴 찾을 것'"

등록 2011.07.21 20:46수정 2011.07.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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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강북 수유재래시장을 방문해 정육점을 둘러보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강북 수유재래시장을 방문해 정육점을 둘러보고 있다.남소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강북 수유재래시장을 방문해 정육점을 둘러보고 있다. ⓒ 남소연

"말의 성찬이 이뤄지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1일 '경제민주화 특위' 첫 회의에 참석해, 최근 친서민 행보를 보이며 '좌클릭'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변화가 이뤄질 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이 여러가지 달콤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연일 '대기업의 횡포'에 날을 세우고 있다. 홍 대표는 20일 라디오 연설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 업종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은 꼭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열린 '한나라포럼'에서는 "대기업 창고에서는 돈이 넘쳐나는 반면 서민은 어려워지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같은 홍 대표의 발언은 최근 민주당이 강조하고 있는 '재벌 개혁'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 대표 역시 이 날 회의에서 "우리는 헌법 119조(국가가 경제력 남용 방지 등을 위해 규제·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를 실현하고자 나섰다"며 "헌법에 규정돼 있는 원칙만 지켜도 시장경제 속 불공정 폐해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경제적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며 "국가권력이 재벌의 일방적인 편을 들어 권익을 침해하고 사회적 조합과 화합을 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대기업 비판'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여·야에 "재벌개혁 원하면 정치권부터 개혁하라" 쓴소리

 

그러나 외부에서 이같은 '말의 성찬'을 바라보는 시각은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21일, 민주당 내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희망2012'과 김광수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재벌개혁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에 나선 김광수 경제연구소 소장은 "재벌개혁을 원한다면 정치권부터 개혁하라"고 쏘아 붙였다.

 

김 소장은 "재벌이 태동한 박정희 정권 때부터 '순환출자, 초헌법적 행태, 불공정 거래' 등 재벌의 문제점은 이미 지식인·관료·정치인 모두가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이 이 의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었기에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정치-경제-관료-언론-사법 순이었던 권력 구도가 현재는 경제-관료-언론-사법-정치가 돼 버렸다, 경제계 인사에게 청문회에 참석하라고 해도 코웃음 친다"며 "재벌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정치권을 먼저 개혁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었다.

 

이같이 '뼈 있는' 직언에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강창일·문학진 의원 등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씁쓸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21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재벌개혁토론회'가 열렸다.
21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재벌개혁토론회'가 열렸다. 이주연
21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재벌개혁토론회'가 열렸다. ⓒ 이주연

대기업 임원 "재벌개혁? 선거만 끝나면 다시 우릴 찾을 것"

 

토론자로 자리한 곽정수 한겨레신문 대기업전문기자의 지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곽 기자는 "이명박 정부는 친재벌정책으로 국민을 힘들게 한 과오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며 "진정한 참회가 없는 한 한나라당을 믿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연일 '대기업 비판'에 열을 올렸지만 이날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방안' 등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여당이 아무리 '말'로 변죽을 울려도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한 그야말로 '말의 성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여당은 '말'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곽 기자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열린우리당도 선거가 끝난 뒤 국민에게 한 '재벌개혁'의 약속을 저버리고 대기업들을 찾아가 손을 내밀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재집권의 초석은 말의 성찬이 아니라 개혁의 진정성 확립을 통해 한나라당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기자는 '여야가 재벌개혁 얘기를 쏟아내는 것'에 대해 재벌대기업 임원이 한 얘기를 전했다.

 

"선거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다시 우리를 찾아와, 앞으로 잘해보자고 손을 내밀 것이다. 누가 집권하든 달라질 것은 없다. 누가 여가 되던, 누가 야가 되던, 우리에게 다시 올 것이다. 우리는 그냥 선거 끝날 때까지만 납작 엎드려 있으면 된다."

 

곽 기자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이 없다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재벌개혁 정책 모두 선거가 끝나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2011.07.21 20:46ⓒ 2011 OhmyNews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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