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산포
김종길
지난 6월,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끼적끼적 서해를 달렸다. 차는 여태 제자리걸음이고 안개는 진즉부터 바다와 뭍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신두리 사구에서 만리포까지 바다로만 달렸다. 바다를 막던 해무가 뭍까지 올라와 길을 삼켰다. 간혹 햇빛이 침범하면 안개는 잠시 놀란 듯 허공으로 도망치다 다시 땅으로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만리포 가는 길은 온통 해무였다. 그동안 섬이나 바닷가에서 안개를 본 적은 더러 있지만 이렇게 지독한 안개는 낯설었다. 모내기를 끝낸 무논에도 해무가 피어올랐다. 여행자는 그 아찔함에 놀랐지만 농부는 태연히 논길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