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출근 강행...왜 스마트하지 못할까?

[현장] 제7회 오마이포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50%이상이 원격근무"

등록 2011.07.29 10:16수정 2011.07.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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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부터 서울 등 중부지방에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자, 이튿날 출근대란이 벌어졌다. 직장인들은 강처럼 변한 도로를 건너고, 불어난 물에 잠긴 버스에서 탈출해 출근했다. 임종욱 라이코스 대표는 "미국 같으면 재택근무로 전환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스마트폰 도입 이후 스마트 시대가 왔다는데, 직장 근무는 왜 스마트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의 해답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포럼'에서 찾을 수 있었다. 7회째인 이번 오마이포럼은 한국 스마트 워크(Smart Work)의 현 주소와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궁극적으로 스마트 라이프(Smart Life)와 행복한 삶(Happy Life) 등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포럼은 궂은 날씨에도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회원을 중심으로 50여 명이 참석했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편리하고 똑똑하게 근무하자"

 '스마트미디어, 스마트워크,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오마이포럼에서 성석함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워크 전략팀장이 '이명박 정부의 Smart Work 추진 전략과 현단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스마트미디어, 스마트워크,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오마이포럼에서 성석함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워크 전략팀장이 '이명박 정부의 Smart Work 추진 전략과 현단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남소연
최근 한국에서도 스마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각각 민간과 공공 분야에서 스마트워크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워크에 대한 보편적 정의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아직은 생소한 것도 사실이다.

성석함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워크 전략팀장은 "'스마트'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2009년 11월) 아이폰 출시 이후 느닷없이 닥친 개념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변화나 근본적인 혁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스마트워크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똑똑하게 근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스마트워크일까? 이미 재택근무 등 원격 근무(텔레 워크)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 오래다. 성석함 팀장은 "한국은 노동시간은 긴데, 생산성이 낮다"며 "원격 근무에 모바일, 즉시성, 쌍방향성이 가미된 스마트워크를 통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삶과 일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KT는 전사적으로 스마트워크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권기재 KT STO추진실 스마트워킹 사업기획팀장은 "동일본 대지진이나 최근 중부지방 집중호우에서 보듯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와 개인의 조화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워크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3만3000명의 직원이 있는 KT는 올해 2만 명이 스마크워크를 경험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권기재 팀장은 "이미 KT 광화문·서초 사옥에서는 업무공간의 20%를 축소하고 공용공간을 만들었다"며 "직원들이 협력 작업을 하게 되고 사고가 유연해지는 등 작은 변화가 있었다, 이를 더욱 진화시키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무자 절반이 원격 근무하는 암스테르담, 그 비결은?

정부의 노력에도 우리나라에서 스마트워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KT에서도 직원들의 저항이 적지 않다. 권기재 팀장은 "출퇴근 피로감소나 업무생산성 향상의 효과도 있지만, 성과관리나 보안 문제 해결 등의 개선 사안도 많다"고 밝혔다.

 '스마트미디어, 스마트워크,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오마이포럼에서 정병주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워크 책임연구원이 네덜란드의 Smart Work 추진 전략과 현단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스마트미디어, 스마트워크,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오마이포럼에서 정병주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워크 책임연구원이 네덜란드의 Smart Work 추진 전략과 현단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남소연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마트워크 확산을 위해서는 근로시간 보호 등 근로조건에 대한 불이익을 없애야 하고, 공정한 경력관리나 인사평가가 요구된다"며 "또한 집에서 일하다가 다쳤을 경우,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관련 논의의 결과로 만들어진 기준들이 단체협약 체결, 입법,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통해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스마트워크가 크게 확산됐다.

대표적인 곳은 네덜란드다. 정병주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워크 책임연구원은 "인구 75만 명인 암스테르담에서는 50% 이상이 스마트워크 센터를 통해서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며 "500인 이상이 근무하는 대기업의 경우, 그 비율이 91%에 달한다"고 말했다. "시정부, 더블유 파운데이션이라는 단체, 기업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미국 항공사인 젯블루도 대표적인 스마트워크 실현 기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앤드류 그윈은 "젯블루는 처음부터 고객직원센터 직원들을 집에서 일하게 했고, 2006년에는 80%가 이 방식으로 일했다"며 "회사는 사무실 공간을 줄이는 등 비용을 절감했고, 직원들의 경우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밀실은 많고, 광장은 적다... "양질의 공용공간을 만들자"

이날 포럼에서는 스마트워크 사례 소개에서 논의가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사무실을 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로 바꾼 출판사 후마니타스와 충남 천안에서 시민단체와 북카페가 공존하는 '산새'가 소개됐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업무공간에 사교적인 요소를 결합하고, 독자들도 커피를 마시며 책을 만드는 데 개입하게 하는 등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작년 8월 카페를 오픈해 많은 수익을 거둬 만족하고 있고, 책의 판매를 늘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스마트미디어, 스마트워크,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오마이포럼에서 강윤정 <산새> 대표가 북카페로 꾸민 천안의 북카페를 소개하고 있다.
'스마트미디어, 스마트워크,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오마이포럼에서 강윤정 <산새> 대표가 북카페로 꾸민 천안의 북카페를 소개하고 있다. 남소연

김윤정 산새 대표는 "지역신문 기자, 시민단체 상근직원 등 6명이 공동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에 창업해 5월 흑자로 돌아섰다, 앞으로 수익이 나는 대로 제소자에게 책을 보내는 등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근무 문화를 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사례도 소개됐다. 오연호 대표는 "일터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것은 우리의 행복 지수와 연관성이 있다"며 "매일 자기가 어울리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고, 오마이뉴스 커뮤니티 구성원 모두 함께 할 수 있으면서도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무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두진 건축가는 "한국의 건축물에는 밀실은 많지만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광장은 적다"며 "나에게 지정된 자리가 없더라도 양질의 공용공간이 마련되면 모두가 만족한다, 내외부자가 공유할 수 있고, 새로운 타입의 고용창출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워크 #오마이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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