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1.08.01 16:22수정 2011.08.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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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도, 한국의 KBS 교향악단에도 처음은 있었다. 설마 처음부터 그리 잘했을라고. 누구에게나 처음은 낯설고 서투르고 불편하다.
안성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이제 아기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에서 올해 4월 농어촌희망재단의 지원사업으로 선정 받아 시작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모집된 청소년들. 거기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나이까지. 생전 처음 오케스트라 악기를 만져보는 친구부터 전공이 목적인 친구까지 천차만별이다. 생전 처음 해당악기를 만져본다는 청소년과 가르치는 지휘자(박일진, 중앙대 피아노 전공)는 모두 '대략난감'이었다.
어찌 보면 오합지졸이 따로 없을 수도 있겠다. 거기다가 요즘 청소년들이 좀 바쁘신 몸들인가. 학교공부에, 학원에다가 틈만 나면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대화하기까지. 사실 오케스트라란 장르가 요즘 청소년들에겐 인기 별로 없다. 모집된 청소년들도 자신의 의지보다 부모님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었으니 첩첩산중이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루에 8시간씩 주구장창 연습만 했어요"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 3박4일 동안 캠프를 열어서 아이들을 훈련시켰죠."
이 오케스트라를 처음 시작한 나성천 목사(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장)의 말이다. 지난 3박4일(7.26~29)동안 안성 동아방송대학 덕성관에서 '제 5회 문화 예술 체험 캠프'가 이루어졌다. 캠프라고 하니 놀고 즐기는 캠프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 캠프에 참가한 조유미 학생(중3)이 말한다.
"캠프 내내 죽어라 연습만 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실력은?"
"이제 조금, 정말 조금 는 것 같아요."
머리를 긁적이는 조유미 학생. 그래 첫술에 배부르랴. 캠프 4일 동안 하루에 8시간씩 연습해도 실력이 금방 늘지 않는 것이 이 길이다. 캠프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사실은 합숙훈련이라 해야 할 듯. 그동안 일주일에 2회를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에서 연습 해오던 오케스트라였고, 이번엔 집중훈련을 받은 셈이다.
청소년 단원들, 오케스트라 통해 인생 배워
"요즘 지독한 이기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청소년들에게 좋은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연습을 하는 동안 청소년들에게 '인내심'은 물론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생기더라고요. 오케스트라를 통해 청소년들은 단지 악기를 배우는 게 아니라 인생, 특히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다. 악기연습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어도 '일취월장'은 없다. 3박4일 합숙 훈련을 해도 '독보적인 수준'은 꿈조차 못 꾼다. 주구장창 연습해도 겨우 1mm쯤 걸음을 옮겼을까. 실력도 천차만별인 이 오케스트라의 하모니 문제는 또 어찌하랴. 혼자서 잘해선 결코 빛날 수 없는 장르다.
하지만, 단원들은 자신들을 지도해주는 지휘자의 열정이 고마워 조금씩 따라가고 있다. 생전 처음 기타를 만진 두 학생이 이번 캠프동안 기타에 미쳐서 연습했다는 승전보도 있다. 눈에 띄진 않았지만, 자신의 실력이 조금 나아졌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캠프 동안 보고 겪었던 것을 통해 '아하 이런 게 오케스트라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
'운명 교향곡'과 'you raise me up'을 발표해내다
"빰빰빰빰~~~빰빰빰빰~~~"
무슨 곡인 줄 아는가. 그렇다. 바로 그 유명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다. 제대로 연주하기엔 기존 오케스트라도 어렵다는 그 곡이다. '연습한지 석 달 정도. 이번 캠프동안 집중 연습', 이것이 연습 성적이다.
이 교향곡 연주가 캠프 마지막 날 동아방송대학 덕성관에서 이루어졌다. 생전 처음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발표회였다. 수많은 관중도 없었고, 화려한 조명도 없었다. 하지만, 거기엔 '우리도 해냈다'는 자신감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어서 'you raise me up'이란 곡이 연주되었다. 겨우 3일 연습했단다. 군데군데 푸성귀 냄새가 난다. 소위 '삑사리'도 들린다. 그렇게 그들은 연주곡 가사처럼 자기 자신과 서로를 하나둘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캠프에 함께한 동아방송대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학부형들의 응원이다. 이렇게 이들은 벌써 반을 이루어냈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관심 있는 청소년들은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 676-0991)로 문을 두드려 보자.
덧붙이는 글 | 이 취재는 지난 29일, 안성 동아방송대학 덕성관에서 이루어졌다.
2011.08.01 16:22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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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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