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따리)는 백족 자치구다. 백족 전통가옥 거리-2011.7.18 대리(따리)
김현자
중국 소수민족들의 숫자는 대략 1억 명, 중국 전체 인구의 8% 정도란다. 우리의 두 배가 넘는 인구지만 중국 전체 인구를 감안하고 소수민족이 55개라는 걸 헤아려 짐작해 보면 한 소수민족의 인구는 훨씬 적어진다. 그만큼 목소리가 적어질 수밖에 없으며, 사라질 가능성도 많다는 이야기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윈난을 여행하는 동안 이처럼 독특한 소수민족들의 집을 자주 보았다. 전통복장으로 밭일을 하거나 공사장 일을 하는 여인들을 보면서, 소수민족 민속촌에서 그들의 문화와 풍습이 담긴 노래와 춤도 보았다. 소수민족 그들이 자신들 민족에 대한 자긍심도 강하고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 풍습에 대한 애정도 깊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하여 바랐다. 중국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소수민족들의 특성을 무시한 간섭과 통제를 멈추기를, 티베트를 독립시켜주기를, 그리하여 리장에서 차마고도를 따라 티베트에 갈 수 있기를, 훗날 언제든 특별한 감동으로 만나고 있는 소수민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무엇보다 그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키면서 하루 빨리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기를.
창산(주봉 높이 해발 4122m)의 봉우리들이 보이는 중화촌 입구에 도착하자 두세 마리의 말을 끈 마부들이 나타났다. 내가 탄 말은 좀 작은 편이었는데, 남자에 비해 떨어질 소지가 많은 여자들이 타는 말은 마부가 말고삐를 쥐고 간다는 사전 설명과 달리 두 필을 가져온 마부는 다른 사람이 탄 말 고삐를 쥐고 내가 탄 말의 고삐는 내게 넘겨주었다.
이를 어째! 날 더러 말고삐를 잡고 저 높은 창산에 오르라고? 두려움이 왈칵 일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모두 타는데 뭔 일이야 있겠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두려움을 털어내고자 애썼다. 그런데 설상가상! 내가 탄 말이 다른 말들을 따라 산 쪽으로 접어들지 않고 도로 쪽으로 접어들더니 교통신호 때문에 멈춰 서 있는 자동차 사이로 파고들지 않는가! 성큼성큼!
난 졸지에 수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에 걱정거리가 되고 만 것 같다. 말 한마리가 느닷없이 신호를 기다리고 서 있는 자동차들 사이로 끼어들자 운전자들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길 가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난감하다는 듯 쳐다봤다. 우리가 갑작스런 일에 놀랄 때 '어어?'하며 입을 다물지 못할 때처럼 입을 벌린 채 뭐라 중얼거리며.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갑자기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것 같으면서 아찔해졌다. 신호가 바뀌고 어떤 차가 경적이라도 울려 말이 놀라 뛰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런 내 사정과 달리 일행들은 이미 가버려 보이지 않고, 조금 전까지 내 뒤를 따라오던 가이드와 국제민주연대 미성씨도, 맨 뒤에서 방울 소리를 울리며 따라오던 백족 마부 아저씨도 내 쪽은 전혀 보지 않고 말을 탄 채 산 쪽으로 막 접어들려고 하고 있었다. 몇 발자국만 더 가면 뒷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그런 굽이진 길로.
"나 좀 살려줘요~! 누가 좀 살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