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권우성
존경하는 오세훈 시장님! 경기도교육감 김상곤입니다.
시장님께서 결국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를 강행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며 착잡하고 서글픈 심정으로 몇 마디 외람된 말씀을 드리는 것을 양해하여 주십시오.
무상급식을 통한 보편적 복지 실현을 앞서 주장한 사람으로서, 이 사안이 단순히 서울의 무상급식 문제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풀어야할 숙제라는 생각으로 드리는 말씀이오니 부디 남의 잔치에 배 놔라 감 놔라 한다는 참견으로 여기지는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장님! 저는 솔직히 시장님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가, 말 그대로 '주민의 뜻'을 묻는 행정절차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을 자신의 잘못된 신념에 대한 맹신과 과도한 정치적 행보에 이용한다는 느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주민투표에 들어갈 예산과 행정력, 그리고 그 것을 통해 국민들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얻게 될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을 셈해보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 수장이 정치적 기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민들의 불안과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유권자들이 뭔가에 홀려서 투표를 했다구요?과문한 탓인지, 저는 시장님께서 자신이 마치 엄청난 고난을 받고 있는 약자인 것처럼, 그리고 주민투표 발의를 정의와 우국충정으로 무장한 투사의 의로운 투쟁인 것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 아침 시장님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국가적 어젠다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밤새 고민한 결정이었다"면서 "주민투표에서 반드시 승리해 야당의 보편적 복지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고 말씀하셨더군요. 자기 스스로 특정 정파의 아이콘을 자처하는 모습이 최근 다른 나라 극우 인사들의 장렬한 맹신과 묘하게 닮아있다는 두려움까지 밀려왔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뭔가에 홀린 상태에서 투표에 임했다"면서 유권자들의 판단과 투표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 발언까지 거침없이 하시는 모습 또한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시장님과 생각이 다릅니다. 오히려 작년 6.2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무상급식을 둘러싼 치열한 논란은 역으로 '복지불감증'에 대한 웅변이었으며, 국민의 현명한 선택은 복지의 규모를 보편적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명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미래인 어린이들의 급식만이라도 국가가 보편적 방식으로 조금 더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과 정책에 색깔론으로까지 대응하는 시대착오적 정치 행태를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