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 표지
불광출판사
의식하지도, 계산하지도 않고 호흡하는 공기 속에 21% 정도의 산소가 들어 있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용하고 있는 일상용어 속에도 불교를 뿌리로 하거나 불교에서 유래한 용어와 지명들이 이토록 많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를 제외하고 생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소 농도를 낮추면 호흡 곤란으로 생명을 위협받듯이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를 제외한 의사소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질식할 만큼 답답해집니다.
일상용어에만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가 수두룩한 것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유래해 곳곳에서 박힌 돌처럼 지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도 수두룩합니다.
관음, 나한, 달마, 문수, 반야, 삼불, 염불, 절골, 천당, 탑골, 화엄처럼 불교풍이 물씬한 지명도 있지만 대덕, 무안, 무등, 보은처럼 불교와는 크게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불교에서 유래한 지명들도 적지 않습니다.
고향마을 이름, 불교에서 유래해 사은리?필자는 폐교로 없어진 초등학교, 고향인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에 있던 외사초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고향 주소나 다녔던 학교명에 칠성이나 외사라는 단어가 있었지만 '칠성'이 무엇이고, '외사'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고향마을 이름인 '사은리'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괴산군청 홈페이지에 마을단위의 유래가 어쩌고저쩌고 실려 있지만 동네에 구전으로 전해지는 유래와 다르고, 유래에 들어 있는 '오랑'이라는 벼슬도 고려, 조선시대 관직에서는 찾을 수가 없으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구전으로 전해주는 유래 역시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고, 지형과는 반대이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의 포장도로가 북쪽으로도 뚫려있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고향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동북쪽으로 나있는 오리골재 길이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오리골재를 넘어서면 삼성마을이 있고, 삼성마을에는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당간지주가 있는 것으로 봐 그곳에 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 마을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고, 강 건너에 있는 마을이 초등학교가 있는 외사리(外沙里)입니다.
칠성(七星) : 북두칠성에서 유래한 지명. ※ 칠성 숭배는 민간신앙의 한 형태이지만 일부 사찰에서 보존하고 있다.외사(外寺) : 사찰 바깥쪽의 마을이라는 의미의 지명. ※ 寺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沙로 쓴다. - 572쪽지형이나 위치, 마을 출입이 가능한 도로 상황으로 봐 외사리라는 지명은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에서 '사찰 바깥쪽의 마을이라는 의미의 지명'으로 설명하고 있는 외사(外寺(沙))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필자의 고향마을인 사은리에는 국사봉(國師峰)이라고 부르는 뒷산이 있고, 마을 동북쪽으로는 훌덕재라고 부르는 야트막한 재가 있습니다. 이 재에 가려 당간지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절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삼성마을에서는 가려져 보이지 않는(감춰지는) 동네가 필자의 고향마을입니다.
즉 절(寺=沙)이 있는 삼성마을에서 보면 훌덕재에 가려 보이지 않는(隱) 동네이기 때문에 마을 이름이 사은리(沙隱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