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라이스갓 지은 따뜻한 밥에다 버터를 넣어 비벼먹는다.
조을영
버터밥은 참 심플한 음식이죠.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서도 매우 드라마틱하게 그려진 영혼의 음식이고요. 길모퉁이 어느 골목에 자리 잡은 '심야식당'. 그곳은 밤이면 문을 열고 아침이면 닫는 기이한 가게입니다. 과묵한 한 남자가 초라한 그 가게에서 메뉴도 따로 없이 그저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무엇이건 만들어주는 곳. 비싸고 화려한 음식은 못 만들지만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줄 음식을 내는 곳. 그곳이 바로 심야식당입니다.
그곳에는 기억 속에 묻어둔 소박한 음식들만 있습니다. 이를테면 여름 더위로 깔깔한 입안을 씻어줄 '오차즈께'(녹차에 밥을 말아먹는 것), 다른 재료를 넣지 않았지만 부드러운 '계란말이', 문어 모양으로 동심을 사로잡던 '비엔나소시지 볶음' 같은 것들이죠. 화려한 서양코스요리만 먹던 까다로운 음식평론가를 감동시킨 버터밥, 이곳의 빠질 수 없는 메뉴입니다.
저도 그런 버터밥을 이 야심한 밤에 만들어보려고요. 금방 지은 따뜻한 쌀밥과 버터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는 음식. 지금의 중장년들도 어린 시절 많이 먹은 음식이라죠. 저 역시도 아버지가 이걸 굉장히 좋아하셔서 냉장고엔 버터밥 만들 버터가 따로 있었을 정도였으니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아버지께서는 식사를 하시다가도 문득 버터를 가져오라 하시곤 숟가락으로 밥을 헤쳐서 그 속에 버터를 한 술 떠 넣으셨어요. 따뜻한 밥의 온기로 버터가 흐물해지면 그 위에다 간단한 고명도 얹으셨죠. 잘 구워서 소금과 들기름을 바른 김, 감자와 풋고추를 넣어 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 숟가락을 대면 노른자가 포르륵 깨어지는 반숙 계란 후라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때론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기도 하셨고, 참기름과 간장, 깨소금을 뿌려선 고소한 냄새를 폴폴 풍기며 비벼 드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