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기차여행 중.
강혜란
결국 나는 여행이 끝난 후 내 스스로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를 맛본 '내일로어'였다고 결론지었다. 부산에서 먹었던 맛있는 회, 민둥산역에서 만났던 친절한 역무원 아저씨, 강릉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경포호수는 황홀할 만 했다. 이것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피곤했던 일정, 불편한 잠자리, 그리고 몇 날 며칠 혼자여서 느낀 지독한 외로움은 나에겐 절반의 실패였다.
철저하게 혼자였던 시간들. 사실 처음 그것을 바라기도 했다. 친구와 가장 싸우기 좋은 기회(?)가 여행이라는 말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에, 한번쯤 혼자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상상보다 훨씬 더 외로운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나 혼자 등산화를 손에 들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거니는 바닷가는 모두가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여름의 그곳에서는 이질적이었다.
상상한 것처럼 "내일로어세요?"하고 말 걸어오는 이들 또한 없다. 내일로 여행에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같은 꿋꿋함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인사하는 친화력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치지 않는 체력은 필수다.
피곤한 일상에 찌들어 있다면, 내일로 여행은 '보류'지금 당장 내가 피곤한 일상에 찌들어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은 이라면 내일로 여행은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 사람들이 덜 찾는 한적한 어느 곳으로 열차표를 끊어 그 곳에 틀어박혀 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지금 당장 친구들과 어울려놀고 싶은 이들에게도 내일로보다 동해안 어느 바다로 떠날 것을 권한다. 그 곳에서 민박집 혹은 펜션을 잡아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울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공부하는 방식,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식, 심지어 자는 방식까지도. 여행도 다르지 않다. 여행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한다. 내일로 여행 절반의 실패자였던 나, 나는 내 발로 끝없이 걷는 것을 좋아했고, 느긋하게 쉬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열차에서 보낸 시간은 너무 아까웠다. 난 친구들에게 말했다.
"고마 내는 쎄리 걸어 댕겨야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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