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만든' 아이, 최초의 '전업학자' 되다

[서평] 공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공자인생강의>

등록 2011.08.08 14:23수정 2011.08.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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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살의 남자와 15살 소녀가 야합으로 임신을 해 이듬해 아들이 태어납니다. '야합'이란 야외나 들판에서 성행위를 한다는 뜻입니다. 고령의 남자와 나이어린 소녀가 들판 정사로 아이까지 낳는 일은 야사에서나 들을 수 있고, 해외토픽에서나 볼 수 있는 일 같지만 노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태어난 아이가 3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죽고, 17살 되던 해에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니 참으로 기구한 출생이며 파란만장한 인생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할아버지 같은 아버지와 큰누나 같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은 다름 아닌 공자(孔子)입니다.


공자의 인생여정, 연대별로 기록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공자, 사서(四書) 중 하나인 <논어>의 주인공인 '공자'라는 이름이 아주 생소하거나 처음으로 듣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고전을 대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세대라면 '공자 왈, 맹자 왈'에나 나오는 인물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 대상입니다. 공자는 기원전 551년 9월 28일 노나라에서 출생해 73살 되는 479년에 세상을 떴습니다.

 <공자 인생 강의> 표지
<공자 인생 강의> 표지시공사
중국인 바오평산이 쓰고, 하병준이 옮겨 시공사에서 출간한 <공자인생강의>는 신세대 젊은이라면 고리타분한 인물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 공자의 인생과 사상을 현대적 감각으로 쉽게 풀어, 읽는 재미를 덧댄 책입니다.

<논어> 등이 공자의 가르침을 기록한 내용이라면 <공자인생강의>는 책 제목 그대로 공자의 전반적인 인생을 일대기처럼 담고 있습니다. 야사에나 나올 법한 출생에서부터 우여곡절 많고 파란만장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공자의 인생여정을 연대별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15살에는 학문에 뜻을 두고, 30살이 되어서는 인생의 목표를 수립하고, 40살이 되어서는 흔들림 없는 주관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되는 공자, 50살에는 하늘의 뜻을 깨닫고 실천하며, 60살에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며 경청하고, 70살이 되어서는 마음 가는 데로 해도 어긋남이 없는 경지의 삶을 산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십 년 단위로 나이를 말할 때 30살을 말하는 이립, 40살을 이야기하는 불혹, 50살을 일컫는 지천명, 60살을 말하는 이순 등이 공자가 살아간 인생표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중국 최초의 전업학자, 공자


공자는 누가 뭐라 해도 30세에 사학을 연 교육자입니다. 나라에서 직업교육, 공무원 시험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육예를 교육할 때 공자는 대육예를 교육하며 학문과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삼은 중국 최초의 전업 학자이기도합니다.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도리에 대해 들었다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지요?"
"부모님과 형이 있는데 어떻게 미리 말씀드리지 않고 바로 행동에 옮긴단 말이냐?"

며칠 뒤 염구(苒求)가 와서 같은 질문을 했다.

"도리에 대해 듣고 나서 즉시 행동에 옮겨야 하옵니까?"
"당연하지 않느냐. 들었으면 바로 행동해야지 왜 주저한단 말이냐?"

자로와 염구가 질문할 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공서화(公西華)가 이상하다 여겨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중유(仲由 : 자로의 자)가 '바로 행동에 옮겨야 되는지' 여쭈었을 때는 어찌 '부모님과 형이 있지 않느냐' 하셨으면서, 염구가 물었을 때는 '바로 행동에 옮겨라'고 하셨습니까? 같은 질문인데 스승님은 각기 다른 답을 내리시는 연유를 모르겠사옵니다."
"염구는 평소 일처리를 하는 데 우유부단하고 과단성이 없다. 그래서 내 그 녀석에게 자신감을 주려 했느니라. 허나 중유 녀석은 용맹이 과하고 행동이 경솔하여 주의하라는 의미에서 그리 답했느니라." - 본문 71쪽

공자는 중국 최초의 전업 학자이기도 하지만 교육 내용의 일예를 설명한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요즘의 교육현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눈높이 교육, 맞춤식 교육을 교육현장에 도입해 실시한 선구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공자의 교육이 시공을 초월해 동서고금에 걸쳐 현존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목하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대의를 아우르는 커다란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법률, 사후처벌 아닌 범죄의 사전억제 효과에 방점 둬야

공자의 일생은 교육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배우고 익힌 것을 현실정치에 반영하려 부단히 노력합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망명이라도 하듯 10개국을 떠돌아다녀야만 했던 부침의 인생이지만 배우고 익힌 이상을 현실정치에 실현하기 위한 공자의 꿈은 시들지도 꺾이지도 않았습니다.   

 공자. 기원전 551년 9월 28일 노나라에서 출생해 73살 되는 479년에 세상을 떴습니다.
공자. 기원전 551년 9월 28일 노나라에서 출생해 73살 되는 479년에 세상을 떴습니다.시공사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은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는 법이다.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논어> 안연편

풀이 어디로 쓰러지는지는 바람에 의해 결정되지 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책임이 바람에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위정자들의 도덕 수준이 한 국가나 사회의 전반적 도덕성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 본문 117쪽

공자가 말한 정치, 논어의 내용 일부를 저자가 풀어 쓴 내용입니다. 요즘의 위정자들에게도 시금석이 될 만한 공자의 말을, 지은이는 단도직입적이고도 현실적인 표현으로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자가 강조한 교육, 구현하고자 했던 정치는 실현 불가능한 이론정치가 아니라 모두를 감복시킬 수 있는 도덕과 원칙의 정치였습니다. 250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종사하고 있는 지도자들이 읽고 새겨서 처세와 정치지향의 근본으로 삼아야 할 골격이고 내용입니다.

고대에는 형벌이 다섯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공자는 이 다섯 가지 형벌은 시행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미리 조심하도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법률이라는 것이 본디 사후 처벌이 아닌 범죄의 사전 억제 효과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 본문 194쪽

공자는 각국이 오형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로 제도의 결함을 들었습니다.

이 다섯 가지 형벌이 생겨난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형벌로 다스리려고만 하는 것은 함정을 파놓고 백성들이 걸려들기를 바라는 것과 다름없다. - 본문 195쪽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말단 공무원까지 권력유지나 출세의 수단으로 함정처럼 파 놓고 있는 법률과 형벌에 대한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입니다. 법률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위정자와 법관들, 치안을 담당하고 법을 운용해나가는 관료들, 실적을 강조하거나 강요하고 있는 치안이나 소방 책임자들이 새기고 또 새겨야 할 내용입니다.

최고통치권자부터 범부에까지 모든 사람이 배우고 익히면 좋을 내용, 그 내용을 강의한 배경, 배경과 함께한 공자의 인생이 흥건하게 묻어 날만큼 생생합니다.

내가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답 구할 수 있어

사람으로 겪을 수 있는 세 가지 불행, 어려서 부모를 잃는 불행, 중년의 나이에 배우자를 잃는 불행, 늙어서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불행 중 두 가지 불행을 겪을 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이었기에 공자의 삶은 어떤 인생들보다 다양하고 진솔합니다.

내가 가는 길이 올바른 것인지가 의심된다면, 성인이면서도 범인이었던 공자, 중국인들의 정신적 지주라 할 만큼 위대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희로애락을 느끼고 칠정육욕을 느끼는 우리들과 같은 보통사람이기도 했던 공자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공자인생강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을 좇지 않고 스스로 길이 된 공자의 삶은 모두가 가고자 하는 올바른 길, 모두가 가야할 길을 올바르게 안내하는 선정(善政)의 이정표, 인생의 가늠자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공자 인생 강의>(바오평산 씀, 하병준 옮김, 시공사 펴냄, 2011년, 15000원)


덧붙이는 글 <공자 인생 강의>(바오평산 씀, 하병준 옮김, 시공사 펴냄, 2011년, 15000원)

공자 인생강의 - 내가 가는 길이 올바른 것인지 의심하는 당신에게 공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바오펑산 지음, 하병준 옮김,
시공사, 2011


#공자인생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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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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