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당 합류 여부에 대한 양당의 입장이 협상 과정에서 조율돼야 완전한 최종합의문이 나올 것이다. 저는 (참여당 합류 여부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어느 쪽을 떼고 가자는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합의하면서 가겠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진보신당이 끝내 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합류를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 주최로 8일 오후 7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로운 진보정당, 제대로 하자' 토론회 마지막 발언이었다.
이로써 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합류에 대한 이 대표의 긍정적 입장은 다시 확인됐다. 그는 다음날인 9일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공동 저술한 <미래의 진보>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당 운영방식을 놓고 진행 중인 진보 양당의 2차 협상 과정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양당 협상단은 이날 오후 세 번째 만남을 통해 ▲ 강령 논의틀 ▲ 당명 공모 ▲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법 ▲ 대선후보 선출 방법 ▲ 합당 후 과도기간 중 대의기구 일원화 등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말처럼 '참여당 합류'에 대한 양당의 입장 차가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는 한, "완전한 최종합의문"은 사실상 나오기 힘들다. 협상 종료 시점은 오는 11일. 이제 사흘 밖에 남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너는 반대하니깐 떨어지고, 너는 의견이 안 맞으니 못하겠다는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며 "끝까지 함께 가기 위해서 고통스럽지만 성찰하고 과거의 앙금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진보신당과의 통합 협상을 반드시 타결되도록 하겠다는 게 당의 공식 결정"이라며 "이 결정은 당대표인 제가 지키고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유시민 "쇠고기 등급 심사도 아니고... 문 앞에서 너무 오래 기다렸다"
이 대표의 '약속'에도, 참여당 문제를 둘러싼 진보 양당의 입장 차는 이날 토론회 참석 여부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이번 토론회에는 이정희 대표와 함께 유시민 참여당 대표, 조준호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이학영 진보통합 시민회의 상임의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2011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 참석을 이유로, 이날 토론회에 불참했다. 그러나 사실 그 배경에는 '불편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은 이미 여러 차례 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합류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또 상대적으로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는 민노당을 향해, "민노당은 진보신당인지, 국민참여당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시민회의는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구성 당시부터 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합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진보신당으로선 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 참석하기 껄끄러운 면이다.
이와 관련, 김형탁 진보신당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시민회의가 기획하고 참석을 요청한 이번 토론회가 현재 진보정당 및 진보진영 사이에 진행 중인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논의의 흐름에 비추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시민 대표는 이날 진보신당 등을 향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폈다. 그는 "문 앞에서 너무 오래 기다렸다"며 "죄송하지만, 진보정당·단체들은 (통합진보정당의 문호를 연) 5.31 최종합의문 정신이 실현되지 않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이어 "5.31 최종합의문에는 통합진보정당 동참에 대한 전제조건이 없다"며 "그런데 쇠고기 등급 심사하는 것처럼 (우리더러) 품질이 의심되는 쇠고기니깐 몇 달씩 못 들어오게 하지 않나"라고 지금의 상황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참여당으로서는 통합진보정당의 소수파가 되길 작심하고 간다, 우리 것을 다 버리고 간다"며 "친노진영에서는 '참여당이 호적 파서 이민간다'고 굉장히 서운해한다, 그런데도 (진보진영이) 우리 보고 오지 말라고 한다면 누가 통합진보정당에 가서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조준호 "참여정부로부터 고소당해 아직도 집행유예 상태... 시간 더 줘야"
유 대표는 다만, "뜻하지 않게 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합류 문제로 진보통합이 저해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다"며 "다음 토론회에서는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꼭 오셔서 의견을 말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사표론'을 펼쳤던 일도 사과했다. 그는 "참여당 문제로 진보통합 논의가 시끄럽고 한 게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며 "사실 제가 속한 정당을 위해 '사표론'을 썼다. 제가 일종의 악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표론은 언제든지 (민주당에서) 진보정당을 향해 거듭 쓸 수밖에 없는 칼"이라며 "진보정당이 '비판적 지지'의 망령, 사표론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참여당을 포괄한) 진보대통합 구상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참여당은 진보통합과 야권연대를 통해 의회권력과 정권교체를 실현하고자 한다"며 "결과적으로 진보정치세력이 성장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정치를 혁신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조준호 대표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노동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이들과 노동자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분들이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그는 "참여정부 당시 한미FTA, 비정규직법, 평택 미군기지 등 많은 일들이 잔상이 아닌 상처로 남아있다"며 "실제로 나는 그 당시 일 때문에 정부로부터 엄청난 고소·고발을 받아 집행유예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대립'했던 상대가 오늘날 '동지'가 된다는 혼란스러움을 솔직히 밝힌 셈이다.
그는 "일단 이 문제를 5.31 최종합의문 도출 당시에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은 정당·단체 대표들에게 책임이 있다, (참여당 문제에 대한 논의의) 중간 보고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쭉 논의를 밀고 와서 이런 문제가 터지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기준'을 정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공유하기
이정희 "참여당 합류 조율돼야 완전한 통합 합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