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6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연대 소속회원들이 '일심회'사건 구속자들이 오전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위 '왕재산 간첩단' 사건이 터지면서 또다시 북한 판 간첩 논란이 뜨겁다. 건국 이후 지난 독재정권 시절은 물론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중요 국면마다 끊임없이 터져 나왔던 수많은 간첩 사건들은 우리 사회를 달구는 이슈 중 하나다.
최근에만 일심회 간첩사건, 원정화 위장탈북자 간첩사건, 흑금성 간첩사건을 비롯해 간첩혐의로 적발돼 검거된 인원은 2008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130여 명이다. 이 중 기소된 인원은 14명으로 한해 평균 약 5명의 간첩이 적발된 셈이다.
이 가운데 일부 언론은 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증언을 토대로 우리 사회의 간첩이 5만 명에 이른다거나 북한의 대남공작을 총지휘하는 225국의 본부가 서울에 존재한다는 주장도 들고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에 따르면 경찰당국은 간첩혐의자를 적발하기 위해 보안국 수사인력을 482명으로 늘렸으며 그 중 서울경찰청에 배정된 인원만 131명이라고 한다. 법무부는 이런 민감한 시기에 간첩포상금을 건당 최고 7억 5000만 원(간첩선)으로 상향조정 시키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첩자, 밀정의 뜻으로도 쓰이는 간첩의 사전적 의미는 '적국 또는 적대집단에 몰래 들어가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전복활동을 꾀하는 자'들을 말한다. 간첩은 인류사회가 형성되면서부터 존재해 왔다.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각국은 다른 국가를 상대로 한 각종 정보수집과 타국으로의 정보유출을 방어하는 국가정보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대두되고 있다.
북한은 어떻게 간첩을 만드나지난 반 세기 동안 치열한 체제 대결을 해온 남한과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그 동안 우리국민들은 수많은 간첩사건들을 접하면서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도 안보의식을 강요 받고 살아왔다. 그러나 국가의 건전한 가치로 추구되어야 할 안보개념이 남과 북의 지배자들에 의해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역으로 오늘날 국민들은 안보불감증을 보이고 있다.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그리고 미국,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도 간첩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 북한 간첩이 존재한다는 현실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 간첩들의 활동을 얼마나 제한하고 적발해 낼 수 있는가다.
간첩은 북한 간첩뿐만 아니라 산업 스파이를 포함, 우리 사회의 이익을 침해하는 모든 간첩이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 법에서 규정하는 간첩은 '외국'이 아닌 '적국'으로 지정된 북한의 간첩으로 제한되며 처벌 역시 북한간첩으로 한정된다.
한국 사회에 있는 간첩은 크게 북한 간첩과 해외 간첩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북한 간첩은 다시 파견간첩과 고용(포섭)간첩으로 나뉜다. 파견간첩은 출신 자체가 북한 출신으로 북한의 간첩양성소에서 양성돼 파견된다. 파견간첩은 또 일정한 곳에 정착해 간첩활동을 하는 '잠입간첩'과 일종의 피스톤이라고 부르는 '연락간첩'이 있다. 잠입간첩은 일정한 지역에 잠입해 간첩 임무를 수행하며, 연락간첩은 잠입간첩들에게 상부의 지시를 전달하거나 잠입간첩들의 활동상황을 상부에 보고한다. 고용(포섭)간첩은 이미 국적을 가지고 있는 국민을 대가를 주고 포섭해 이용하는 간첩을 말한다. 북한은 80년대 이전에는 전자의 방법을, 80년대 이후에는 주로 후자의 방법을 쓴다.
북한의 대남공작을 전담하는 조선노동당 225국은 남한 사회 내부 혹은 해외에서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반정부적인 인물들을 탐색, 그들의 약점이나 동태를 파악해 포섭하기 위한 전문부서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포섭대상을 선택하면 주로 북한으로 불러들인다. 북한으로 입국하기 쉬운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를 거쳐 북한으로 밀입북하는데 이후 일종의 주입식 '교육'이 진행된다. 짧게는 약 2개월에서 많게는 약 1년 정도 걸리는데 주로 평양 외곽에 있는 동북리 초대소에서 교육을 받는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미혼의 경우 반드시 결혼을 시켜준다. 포섭 대상들이 주로 남성인 점을 감안하면 여자들이 붙여지는데, 이 여인들은 최고의 미인들로 당성이 투철하고 국가의 신임과 추천을 받은 여성들이다. 그리고 반드시 아이를 가지게 하는데 포섭대상자들에게는 아내와 아이는 일종의 인질로 북한에 남겨둔다. 이 아이와 아내는 아버지와 북한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 역할을 하며 정부는 이들을 특별히 관리한다.
이들을 위한 전담부서인 11과가 평양시당(거의 모든 인원이 평양에 거주)이나 구역당에 있는데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모든 것을 보장해 준다. 이들은 살인을 저질러도 무죄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특권이 대단하다. 고급 주택에 명절마다 김정일의 선물은 물론이요 그들의 요구하면 어디든 이사가 가능하며(북한은 자기 마음대로 이사할 수 없음)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은 그 남편(포섭간첩)이 죽거나 적국에 발각되어 체포돼도 북한의 이익을 그대로 지킬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지속된다. 만일 그 남편이 전향하거나 북한의 이익을 배반하는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배려도 중단되고 심하면 함께 처벌되기도 한다. 어떤 여성들은 남편과 한 번 만나서 정을 나누고 평생 수절하는데 시당은 이들을 '청춘과부'라고 한다. 드물게는 해당 간부들과 불륜에 빠지기도 한다.
2003년까지 북한에는 약 500여 명에서 1000여 명 정도의 11과 가족이 있었다. 그 수만큼의 인원이 한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파견돼 있는 것이다. 이들 포섭간첩을 관리하는 데는 많은 외화가 들어가는데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북한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지금은 그 활동이 많이 감소하는 추세다.
왕재산 간첩사건에 대한 의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