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의 KBS사장 취임을 앞두고 2009년 11월 23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앞 계단에 KBS노조가 만든 '근조 공영방송' '이명박 특보 김인규는 물러가라'는 현수막이 바닥에 펼쳐져 있다.
권우성
"지금 KBS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한 달 가까운 침묵과 애매모호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사이, 공영방송 KBS는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취재 기자들의 몫이다. 당장 취재현장에서 'KBS 너희들이 그렇지 뭐, 영혼 없는 기자들아 딴 데 가서 취재하라. 이런 식의 조롱과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다. 심지어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2000년 이후 KBS 입사 기자들 166명 성명 중 MBC뿐만 아니라 KBS도 시계바늘이 거꾸로 가기는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KBS에 입사한 기자 166명은 지난달 21일 실명으로 연서한 성명을 통해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 등 사측에게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에 대한 직접 해명을 촉구했다. 그동안 방송사측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해왔다. 이에 대해 도청 의혹 한달만에 침묵하던 평기자들이 "불편한 침묵과 굴욕을 참지 못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이들은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KBS가 내 놓은 해명은 옹색함을 넘어 어처구니 없을 정도"라며 "취재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를 읽어내는 훈련을 받은 우리가 봤을 때 이건 정말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그러더니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엄경철·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8일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표출했다. '거꾸로 흐른 KBS 3년'이란 성명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이들은 '권력에 잡힌 KBS, 거꾸로 흐른 3년'이란 주제와 '8.8 사태 3주년을 맞이하여'란 부제의 성명 첫 머리에서 오늘날 KBS 위기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도청 의혹', '수신료 올인', '친일 방송', '정권 편파․왜곡'… 성명은 이어 "작금의 KBS 상황을 규정짓는 말들이다"이라며 "지난 2008년 정권이 교체된 이후 2명의 KBS 사장에 잇따라 부임한 지 3년 만에 나타난 결과"를 무겁게 진단하며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가 문제일까? 지난 3년 동안 KBS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러더니 이렇게 답을 내렸다.
"지금의 모든 잘못과 문제는 3년 전 오늘 잉태됐다. 특정 정파와 집권 세력의 사주에 의해 공영방송 KBS가 수백명 경찰의 군홧발에 유린당한 8월 8일, 참담한 상황은 예견됐다. 법원으로부터 불법을 판정받은 이사회의 불법적 기도에서 비롯됐다."언론노조 KBS본부, "지난 3년 모든 것은 거꾸로 흘렀다"성명은 덧붙여 "지난 3년 동안 KBS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에 대한 물음에 실증적 사례들을 덧붙여 적시했다.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쌈' 등 현실 비판 프로그램 폐지.'원전 수출' 등 관제 홍보, '이병철 생일 기념 열린음악회 기획'MB 확성기 자원한 '대통령 주례연설 라디오 방송'<천안함>,<4대강>등 권력 비판 프로그램의 불방 압력과 일방적 방송 취소. <국군돕기 발열조끼 성금>,<천안함 희생자 성금> 등 각종 관제, 계도 프로 그램 양산.공직(후보)자, 정치권력 감시를 포기한 KBS 뉴스.과도한 대통령 동정‧홍보 보도.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3년 모든 것은 거꾸로 흘렀다"는 언론노조 KBS본부는 "공정방송 쟁취를 향해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가는 오랜 여정을 걸어왔지만 이병순‧김인규 두 사장이 취임한 뒤 KBS는 뒷걸음질 쳤다"며 "자율과 창의보다는 관리와 통제의 기치로 KBS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라고 비통해했다.
오죽했으면 6명의 KBS 여당 이사들이 정연주 당시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던 2008년 8월 8일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비통함과 자괴감에 휩싸인 성명을 냈을까. 그들은 성명 말미에서 "지난 2008년 8월 군홧발로 KBS를 농락한 경찰이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KBS의 명줄을 쥐고 있지만, KBS는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욕도, 능력도 없다는 게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호소했다.
"권력에 잡힌 KBS, 거꾸로 흐른 3년"이라는 평가를 외부도 아닌, 내부에서 내렸다고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외부에서도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지난 4일자 1면에서 한국언론학회 소속 언론학자 42명을 대상으로 국내 방송 공영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가 지상파 방송에 대해 "공영성 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공영성 수준에 대해 응답자의 59.5%와 76.2%가 각각 "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언론학자들은 KBS의 정치적 편향에 대해 특히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무려 81%가 KBS의 정치적 편향성 정도가 높다("높다" 52.4%, "매우 높다" 28.6%)고 평가했다. MBC도 거의 비슷한 정도(80.9%)로 편향성 정도가 높다("높다" 57.1%, "매우 높다" 23.8%)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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