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작가 이문구 <관촌수필>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고 이문구(1941~2003). 그가 살아생전 한국문학을 이끌었거나 이끌고 있었던 문인들을 만난 이야기를 묶은 책이 나왔다.
에르디아
"문인들은 사상의 옷을 공상의 옷을 입고 산다. 문인들의 에피소드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식을 뛰어넘는 기행은 더욱 그렇다. 그 에피소드나 기행이 즐거운 것은 우리 삶의 저편의 일들이며 우리 마음속에서 한번쯤은 저질러 보고 싶은 일을 그들이 대신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추천의 말'
<관촌수필>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고 이문구(1941~2003). 그가 살아생전 한국문학을 이끌었거나 이끌고 있었던 문인들을 만난 이야기를 묶은 책이 나왔다. 우리 현대문학을 이끌고 있는 탁월한 문인 21명에 대한 세상 이야기를 담은 <이문구의 문인기행- 글로써 벗을 모으다>(도서출판 에르디아)가 그 책.
이 책에 실린 문인들은 순수문학계 큰 어른 김동리와 서정주에서부터 진보문학계 어른들까지 여러 가지다. 지역 문인 임강빈, 박용래부터 문단 한복판 문인들까지, 우리나라 문학동네 속내를 꼼꼼히 파헤치고 있다 해도 빈 말이 아니다.
이문구는 '이문구 문체'라는 새 이름이 붙을 정도로 개성이 톡톡 튀는 뛰어난 작가였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나온 이 책은 문인들 무도회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긴다. 이들 21명에 이르는 작가들이 남긴 에피소드나 기행은 우리를 얽매고 있는 그 어떤 사회 금기로부터 우리들 마음 깊숙이 해방, 무한자유를 던진다.
문인 이야기 재미있게 쓸 작가는 이문구뿐이다"선생은 제자와 후배를 가이 없이 사랑하셨다. 습작기에는... 심지어 제목 다는 요령까지 무엇 하나 소홀함이 없으셨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일단 등단하여 기성 작가 대우를 받기 시작하면 어디에 무슨 글을 어떻게 쓰든지 참견을 하지 않으셨다." -10쪽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몇 토막작가 이문구는 <무녀도> <등신불> 등을 쓴 소설가 김동리(1913~1995)가 생전에 제자를 만나는 태도를 이렇게 쓴다. 김동리는 습작기에 있는 예비문인들에게는 토씨 하나 빈틈없이 날카롭게 지적했지만 일단 문인이 되고 나면 그 어떤 글이든 상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긴, 이미 프로 글쟁이에게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이문구는 서라벌 예술대학 스승이던 김동리를 1961년부터 95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가 설날 세배를 올린 것으로도 이름 높다. 그는 "선생과 나는 처음부터 오사바사하게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라며 "따라서 선생을 기리는 이 자리에서도 이렇다 하게 늘어놓을 만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적었다.
<이문구의 문인기행-글로써 벗을 모으다>는 모두 4부로 짜여 있다. 제1부는 인물평(김동리, 신경림, 고은, 한승원, 염재만)이다. 제2부는 단행본 발문(박용래, 송기숙, 조태일, 임강빈, 강순식), 제3부는 문예지에 연재한 작가탐방(황석영, 박상륭, 김주영, 조선작, 박용수, 이정환)이다. 제4부는 실명소설 추도사(이호철, 윤흥길, 박태순, 성기조, 서정주)다.
에르디아 편집주간이자 시인 이흔복은 "이문구 선생은 살아생전 또래 문인에 대해 피붙이나 살붙이처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며 "우리나라 문인에 대해 그만큼 잘 알고 있고, 또 그만큼 그 이야기를 신명나게 쓸 작가는 이문구 선생 외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 선생님 포복절도할 만한 입담이 귀에 쟁쟁하다"고 귀띔했다.
호호야로 통하는 것도 옳고, 젊은 아저씨로 부르는 것도 옳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