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불출마... 무상급식 투표가 더 중요"

오세훈 서울시장, 기자회견 통해 밝혀... '시장직'은 아직 결정 못해

등록 2011.08.12 09:57수정 2011.08.1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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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호소하며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관심을 모았던 시장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선 "아직 고민중"이라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호소하며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관심을 모았던 시장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선 "아직 고민중"이라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남소연

[기사 보강 : 12일 오후 4시 10분]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민 끝에 선택한 승부수는 서울시장직 사퇴가 아닌 대선 불출마였다.

오세훈 시장은 12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12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당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결심이 서면 주민투표일 전에 (시장직과 관련된)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8월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일 직전에 '서울시장직 사퇴'라는 2단계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직 사퇴관련 주민투표일 전에 입장 밝힐 수도"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가 시작된 이후 7월과 8월, 저에겐 불면과 고통의 밤이 이어졌다"며 "주민투표의 역사적 과업에 수해피해까지 겹쳐 번민과 결단이 매일 번복됐고 이제는 저의 진심을 밝히게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 시장은 "어느 순간부터 제 거취의 문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고 주민투표에 임하는 저의 진심을 왜곡하고 있기에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더 이상의 오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대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오 시장은 "내년 대선과 관련해 고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오는 8월 24일 치러질 주민투표는 저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2012년 대선에 불출마할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주민투표일이 10여일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시민의 뜻을 묻고 여론을 살피겠다"며 "당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결심이 서면 선거(주민투표일) 전에 입장을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서울시장직 사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어젯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문제가 바로 시장직과 주민투표를 연계시키는 것이었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저를 선택한 서울시민의 엄중한 뜻, (서울시장직 사퇴는) 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제 고민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오 시장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시의회의 4분의 3, 구청장의 5분의 4를 야당후보로 선택하면서도 시장만큼은 저를 선택했다"며 "그러한 서울시민의 뜻이 시장직 거취와 주민투표를 연계시키는 결심을 쉽게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는 저 개인의 정치행보와 연관되기 때문에 굳이 당과의 협의가 필요하지 않지만 시장직과 주민투표를 연계하는 문제는 한나라당과의 깊은 논의를 선행시켜야 한다"며 "서울시 소속 당협위원장과 국회의원들의 전반적 분위기는 시장직과 주민투표를 연계시키지 말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계층갈등 부추기는 민주당은 무책임한 정당"

또한 오 시장은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 유럽의 재정건전성 저하 등을 언급한 뒤 "이러한 전 세계적 경제 충격 속에서 아직도 퍼주기식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있다"며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온 민주당 등을 겨냥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은 양극화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정서를 이용해 우리 아이들을 '부자아이'와 '가난한 아이'로 편가르는 사회분열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며 "대안제시나 실질적 해법보다는 어려운 분들의 경제적 박탈감을 부추겨 계층 갈등을 조장하는 참으로 무책한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오 시장은 "민주당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어려운 사람의 몫을 빼앗아 가는 불평등복지이자 부자복지"라며 "이번 주민투표의 의미는 그래서 더 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과잉복지냐 지속가능한 복지냐를 선택할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며 "세계경제의 자욱한 먹구름 속에 우리는 8월 24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야말로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으로 대한민국의 재정건전성을 지키느냐 과잉복지정책으로 미래 세대에 빚과 짐을 지우느냐를 가를 국가적 분수령이자 기로"라며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하는 복지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어야 하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표 앞에서 흔들리는 정치인의 행태를 막을 수 있다"고 투표 동참을 호소했다.

오 시장은 "이 숭고한 의의 앞에 저의 대선불출마는 하나의 개인적 결정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거듭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표 앞에서 흔들리고 약해지는 법"

다음은 오세훈 시장이 기자들과 나눈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호소하며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관심을 모았던 시장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선 "아직 고민중"이라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를 호소하며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관심을 모았던 시장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선 "아직 고민중"이라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남소연

- 대선 불출마를 결단한 배경과 의미를 설명해 달라.
"주민투표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바람직한 복지정책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요한 투표다. 투표불참운동을 벌이는 진영에서는 이번 주민투표를 아이급식문제로 격하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번 투표 결과 그리스 등 유럽과 미국처럼 국가재정이 악화돼 고통을 겪을 것인지 더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하고 바람직한 복지정책을 할 수 있을지가 판가름난다.

그런데 그런 주민투표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 자신감의 상실이 아닐까? 그분들은 주민투표의 의미를 훼손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오세훈 정치행보의 결과물이라는 식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 제가 2012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주민투표의 역사적 의미를 엄중히 헤아려야 한다. 보편적 복지라는 허울좋은 복지정책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려는 정치세력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 오늘 기자회견에는 시장직 거취문제가 빠져 있다. 주민투표일 전에 시장직 거취문제를 표명한 계획을 가지고 있나?
"어젯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의 그 문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오늘 결심을 하지 못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저를 선택한 것은 서울시민의 엄중한 뜻이다. 서울시의회 4분의 3, 구청장 5분의 4를 야당후보로 선택했다. 하지만 시장만큼은 저를 선택한 것은 서울시민의 무언의 지상명령이다. 그 뜻이 시장직 거취문제와 주민투표를 연계시키는 결심을 쉽게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다.

또 한가지는 당과의 협의다. 대선 불출마는 저 개인의 정치행와 연관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당과의 협의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시장직과 주민투표를 연계시키는 문제는 한나라당과의 깊은 논의를 선행시켜야 한다. 서울시 소속 당협위원장, 국회의원들의 전반적 분위기는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혹시 그런 결심이 서면 그분들, 한나라당과 사전협의가 필요하다. 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주민투표가 아직 10여일이 남아 있다. 그 기간 동안 시민의 뜻을 묻고 여론을 살피겠다. 당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결심이 서면 선거(주민투표일) 전에 입장을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당과의 협의가 이루어지 않아서 시장직 거취문제를 더 고민한다고 했는데 단계적으로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인가?
"시장직과 주민투표를 연계시키는 문제에서 서울시민의 엄중한 뜻이 제 고민의 가장 큰 바탕이다. 참으로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번민에 휩싸였다. 거기에 더해서 당과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것들 때문에) 제 고민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 투표율이 33.3%를 넘어야 하는데 자신 있나?
"10여일 동안 토론을 많이 하면 유권자의 뜻이 정리될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과잉복지로 가려는 것을 막아주면 좋겠지만 그 노력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3분의 1 투표율을 장담하는 사람은 없다. 투표율을 장담하기 불가능한 시점이다.

주민청구에 의한 정책투표가 이번에 처음으로 이루어진다. 성숙한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바람직한 형태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주민투표의 이런 뜻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오늘 앞으로의 정치적 플랜을 밝힌 것 같은데 야당에서는 여전히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수층을 결집시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벌이는 진영에서는 저의 어떤 행보도 그 의미를 폄훼하고 곡해하고 그 뜻을 비틀어 전달하고 싶을 것이다. 제 갈 길을 묵묵히 가겠다. 제 진심이 전달되고 왜곡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

- 한나라당 안에도 민주당과 같은 주장이 있다. 한나라당 정책과 충돌할 수도 있는데 당과 협의를 할 수 있겠나?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세력도 표 앞에서 흔들리고 약해지는 법이다. 과거에서나 동시대에서나 우리는 똑같은 현실을 지켜보고 있다. 과잉복지로 인한 예산 낭비로 나라가 힘들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똑같이 혜택을 받는 복지정책을 펴는 쪽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정책방향이 여야를 막론하고 유포되고 용인되고 있다. 합리적 논의를 할 수가 없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무려 80만 명이 적극적으로 주민투표를 발의해주었다. 주민등록번호의 노출을 꺼리는 세태 속에서도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밝히며 서명한 사람이 80만 명이다. 이러한 서울시민의 무거운 뜻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가슴에 새겨야 한다."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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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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