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사람 죽인다

대한해협을 건너온 <종소리> 제47 여름호

등록 2011.08.13 15:22수정 2011.08.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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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기상 이변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점차 사라지는가 하면, 그 여파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상이변이 뒤따르고 있다. 많은 환경론자들이 이런 점을 경고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다투어 에너지사용을 경쟁하듯 늘려가고 있다.

 

이즈음은 도시나 시골을 막론하고 에어컨 바람이 넘쳐나고 있다. 도시 재래시장은 물론 산골 밥집까지도 에어컨으로 냉방하고 있다. 이태 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갔더니 거기도 건물마다 에어컨 환풍기를 달고 있었다. 이 에너지원의 대부분은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지난 3월 동일본대진재가 있었다. 엄청난 재해 앞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동일본대진재를 직간접으로 겪은 재일동포 <종소리>시인회 회원들이 그때의 참상을 특집으로 엮어 시지 <종소리> 제47호를 대한해협 건너 고국으로 보내왔다. 이분들의 절규는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다. 20여 편의 시 가운데 두 편만 소개한다.... 기자 주

 

욕심이 사람 죽인다

 

           정화음 (1923년 경북 영일 출생)

 

이제까지 손으로 하던

밥도 빨래도 전기로 하고

휴대전화 하나로

항공표도 차표도 사고

지구 뒤켠 사람과도 얼굴을 보며

누워서 통화하는 이 편리성

이만하면 그만이지

더한 편리를 바라 무엇하나

세상에 자랑하는 신간선이 있는데도

리니아선을 신설한다나

그 돈이 있으면

한 줌의 밀가루가 없어서

죽어가는 수 억 어린이의 목숨을

건지고도 남을 텐데

 

과학기술의 발전도

a  <종소리> 제47호 표지

<종소리> 제47호 표지 ⓒ 재일 종소리시인회

<종소리> 제47호 표지 ⓒ 재일 종소리시인회

세계화도 좋지만

한계도 알고

체념할 줄도 알아야지

누가 알았으랴

인간에 복무하던 원자력발전소가

갑자기 가해자로 변신하는 이 현실을

'안전신화'는 샅샅이 조각나고

이 순간에도 방사능이 죽음의 독을 뿜으면서

우리 뼈골 속으로 땅 속으로

물 속으로 대기 속으로

서서히 소리 없이 스며들고 있지 않나

 

욕심이 사람 죽인단다

더 편리를 바라 무엇하나

허둥대지 말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서로가 아껴가며 살면 되지

어두운 등잔불 아래서

나는 <천자문>을 읽고

어머님은 눈을 부비며

한 뜸 두 뜸 뚫어진 양말을 꿰매시던

그때가 생각난다

 

하늘이 노하였나

 

    김윤호 (1933년 경남 합천 출생)

 

내 나서 처음 보았네

독한 전쟁도 겪어보았지만

총도 포탄도 쏘지 않으면서

그보다 더 무서운 난리를

 

세상역사에서도

보지 못했더라

이 땅의 상반신이

몸부림친 이 난리는

 

땅바닥에 금이 가고

산악 같은 쓰나미가 덮쳐들어

수천수만 사람들과

거리의 논밭을 삼킨다.

 

이 나라 길쭉한 섬나라 땅

삽시에 쓰나미에 잠겨버리고

물 달라 밥 달라 살려 달라

울음소리, 고함소리

게다가

원자력발전소가 폭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죽음의 방사선

온 하늘과 땅을 누벼 다닌다

 

낟알도 못 먹고 물도 먹지 못하고

사람의 몸까지 녹이려고 달려드는 이 광선

농사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곡식, 남새도 눈물과 함께 버려야 하나

 

전기도 쓰지 못하는

캄캄한 밤중에

초불 찾으라고 고함지르는

계획절전의 절규

 

하늘이 노하였나

귀신이 성을 내어 날뛰어 그러느냐

모진 지진과 쓰나미바람에

국회의사당도 들썩들썩

2011.08.13 15:22ⓒ 2011 OhmyNews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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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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