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아성 '울산 중구'가 흔들린다

4선 도전 정갑윤에 친박 유태일, 야권단일후보 간 3파전 예상

등록 2011.08.17 16:32수정 2011.08.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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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곳곳에는 도심 재건축이 중단돼 쓰레기만 무성한 것이 많다. 중구 약사동 주민들이 재건축이 중단된 약사동 544, 566번지 일원에 유기농 무와 배추를 재배했다
울산 중구 곳곳에는 도심 재건축이 중단돼 쓰레기만 무성한 것이 많다. 중구 약사동 주민들이 재건축이 중단된 약사동 544, 566번지 일원에 유기농 무와 배추를 재배했다 박석철

역대 총선으로 볼 때 울산 중구는 보수 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다.

비단 총선뿐 아니라 구청장 선거에서도 쉽사리 야당의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던 중구는 야권으로서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그런 중구의 민심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누가 나와도 당선된다던 지역 정서가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

그 정황은 올해 있었던 4·27 중구청장 재선거에서 나타났다. 한나라당 후보는 당의 집중 지원을 받으면서도 2만9060표(51.19%)를 얻어 2만7705표(48.80%)를 얻은 야권 단일후보에게 가까스로 승리한 것. 한나라당 아성 울산 중구에서 1355표 차라는 진땀나는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모두 다 이변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민심의 변화는 이미 예견되고 있었다. 집권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있는 한나라당이 구호와는 달리 중구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불평이 나온 것이 일차적인 이유였다.

복지로 향하는, 급변하는 중구 민심

부자도시로 일컬어지는 울산에서 상대적으로 중구는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일컬어진다. 부자도시 울산을 만드는 조선(동구), 자동차(북구), 석유화학단지(울주군) 등 산업단지가 없어 상권에 의존하지만, 그나마 구 도심의 상권 회복은 더디다. 좁은 도로, 낡은 도시 환경이 중구의 이미지로 각인된 것.


이 때문에 갈수록 팍팍한 삶을 살아야 하는 서민층은 근래 들어 정치권에서 불이 붙기 시작한 복지 프레임에 고무돼 동요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에 집권한 한나라당 정치권의 구호대로 "잘사는 선진도시"가 손에 잡히지 않자 전국적 바람인 복지 프레임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 때문에 내년 중구 총선에서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복지 정책이 주효할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후보 간 대결 이슈는 친박 적자론

울산 중구에서의 한나라당 아성 구축은 12, 13, 15, 16대 총선에서 4선을 한 고 김태호 의원이 주도했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내무부장관에 입각한 때를 제외하고 중구에서 내리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태호 전 장관은 자타가 인정하는 중구의 맹주였다.

그가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2년 뒤인 2002년 갑자기 사망했지만 한나라당 아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16대 보궐선거에서 정갑윤 의원이 김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 받은 후 17대, 18대 모두 당선되면서 이를 증명했다.

울산 중구의 높은 보수벽은 지역 맹주의 동맹 외에는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다. 울산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도 중구에 출마했다 이 보수 프레임에 희생된 사례다.

내년 19대 총선에서 다시 4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요즘 여권과 지역 언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물갈이론에도 예외 없이 출마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내년 19대 총선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무혈입성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라는 여론이 높다. 올해 중구청장 재선거에서 정갑윤 의원이 발탁해 낙관하고 밀었던 박성민 후보가 야권 후보에 진땀나는 승리를 거둔 것의 연장선이다.

내년 총선에서도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같은 보수성향의 친박연합 울산시당을 창당한 유태일이라는 강적을 상대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울산 제일중학교 동기인 정갑윤 의원과 유태일 친박연합 울산시당위원장은 각각 1991년 경남도의원, 1995년 울산광역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둘 다 울산 중구를 텃밭으로 하는 이들은 내년 총선을 두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우선 이 두 사람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친박근혜. 정갑윤 의원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쪽에 섰던 점을 들어 친박계 적자임을 내세우는 데 반해, 유태일 위원장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를 일관되게 지지해온 데 더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지를 현실 맞춤형으로 전파시킨다는 정체성을 들고 나왔다.

특히 지난해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간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정갑윤 의원이 울산에서 "세종시 문제는 유규무언이다"고 한 점과, 최근 있었던 한나라당 울산시당위원장 선출 때 친박계의 기대와 달리 친이계인 최병국 의원을 지지했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친박 적자론을 내세우는 유태일 위원장 측 공세가 거셀 전망이기 때문.

정갑윤 의원은 최근 국회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중앙 정치의 힘을 과시하며 중구에서 4선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해 유태일 위원장은 울산약사회장을 지낸 약사 출신으로 전문가 관점에서 복지 논쟁에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특히 그가 어릴 적 병약해 장애를 입었던 데 기인해 추진정책을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복지를 향상하는 양극화 해소에 두고 있어 중앙정치를 내세우는 정갑윤 의원과 대비된다.

야권단일화가 변수

울산도 예외 없이 각종 선거에서 야권이 후보를 단일화해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중구청장 재선거에서 비록 낙선했지만 민주당 임동호 후보 돌풍이 불었던 것도 이 야권단일화에 근거한 것이었다.

제1 야당이지만 그동안 울산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던 민주당은 이번 재선거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모양새다. 이에 따라 임동호 후보는 내년 총선에서 중구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특히 내년 대선과 맞물려 울산에서 통합연대, 울산평화복지포럼 등 민주당 지지 세력이 올 하반기부터 하나 둘 창립되면서 고무되는 모습으로 야권과 연대해 한나라당을 심판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야권 후보 단일화의 성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통합을 앞둔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아성인 노동자 도시 울산 북구와 동구에 전력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중구에서도 민노당의 권순정 중구위원장이 여성 30% 할당제로, 진보신당의 황세영 전 중구 구의원이 올해 재선거 단일화 후보 고배를 설욕하기 위해 출마할 것이 점쳐진다.

민주당 임동호 후보로서는 이번 중구청장 재선거 야권후보 단일화 때 빚어진 진보신당 황세영 전 구의원과의 갈등을 먼저 풀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한편 출마설이 있던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던 사람으로서 문재인 변호사 등과 함께 역할을 해보자는 공감대는 있지만 현실 정치에 들어갈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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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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