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중간에 손을 들어 환호하는 시민들.
조종안
초여름 날씨가 심술(?)을 부리는 가운데 김대중의 유세는 30분 가량 이어졌다. 햇볕이 따가우면 신문지로 모자를 만들어 머리에 얹고, 비가 오면 우산을 받았다. 유도하는 이도 없는데 중간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울먹이는 아주머니, 심각한 표정을 짓은 아저씨, 무거운 표정으로 유세를 귀담아듣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가슴이 찡해지면서 감동이 벅차올랐다. 잠시 사진촬영을 멈추고 상념에 잠겼다. 시민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열광하면서 눈물을 보이는지 답을 찾고 싶어서였다.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남기려고 가게를 비워두고 나왔는지도 생각했으나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 민자당은 '전북 2중대론', '전북 홀로서기론' 등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또한, 김대중을 향해 지역감정촉발 책임자라고 비난하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는 세대교체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대선을 의식한 유치한 정치공세였다.
유종근 후보는 결국 1995년 '6·27 지자제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강현욱 후보를 제치고 전북 도지사에 당선된다. 그는 후보 출마선언에서부터 도지사 본선에 이르기까지 숱한 화재를 남기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1998년 선거에서도 승리, 연임도지사 기록을 세웠다.
잠시 16년 전에 촬영한 사진을 보며 추억을 더듬어봤다. 생전에 '민주주의 위기', '서민경제 위기', '남북관계 위기' 등 3대 위기를 주장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할 때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더욱 간절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아마도 3대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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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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