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을 받은 갓난아이 민호
강지우
눈을 못 맞추는 민호...어린 게 백내장이라니민호가 내 품으로 온 지 한 달쯤이 되어 눈을 맞춰야 하는데 눈을 안 맞추고 혼자 위로 옆으로 때론 사시처럼 눈동자가 몰려 있기도 하다가 잠이 들곤 했다. 아무리 "민호야, 까꿍!"을 해도 반응이 없어 아직 백일이 안 되었으니 조금 늦어지나 보다 위안을 삼았고 목을 못 가누고 힘이 없어도 아직 어려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속으로 조바심이 나고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눈 맞추는 시기와 목 가누기를 찾아보았으나 각각 아기에 따라 늦어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입소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의료원에서 검사 하는데 소아과 선생님께서 아기의 눈동자가 손가락을 따라가는지 물었고 그렇지 않다고 하니 그럼 안과에 들러 보라고 하셨다. 시키는 대로 안과에 들러 검사를 했다.
안과 선생님은 민호가 선천성 백내장이나 녹내장일 수 있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며 소견서를 써 주셨다. 청천벽력이었다. 노인성 백내장은 들어 봤지만 갓 태어난 아이한테 있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날 병원에서 돌아와 민호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민호는 내 가슴이 이렇게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새근새근 깊은 잠에 빠졌다. 민호를 볼 때마다 '병원에서 엄마에게 버려져 불쌍한데 이젠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떡하냐?' 싶은 생각에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건강하게라도 태어나지 이게 뭐람?' 민호를 안고 볼을 비비며 울다가도 민호의 기척에 눕혀놓고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면 민호는 씨익 웃는 모습이 또다시 내 마음을 아리게 긁어 놓는다.
다행히 일찍 발견하여 전남대 병원에서 지난 8월 2일에 백내장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눈에
는 테이프를 붙이고 마취에서 덜 깨어 자고 있었다.
민호의 수술비가 문제였다. 시설에 입소된 지 얼마 안 되어 이런 일이 일어나 갑자기 진행된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이리저리 알아보고 하여 읍사무소 담당자와 함께 노력하여 실명예방재단에서 보조를 받게 되었다. 이렇게 고마운 기관이 있는지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어리디 어린것이 답답함도 모르고 누워있는 민호를 보자 또 눈물이 나왔다. 가슴이 찢어 지는 것만 같았다. 내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안타깝고 속상하기만 했다. 차라리 민호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민호는 눈 주위에 손이 닿으면 기겁을 하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대고 안약 넣는 걸 무척 싫어했다. 눈에 안약을 넣는 줄 알고 눈을 아예 꼭 감고 뜨지 않는 행동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표현은 못 하지만 다 아는 듯 해서 똑똑하게만 느껴진다.
지금은 두껍고 무거운 안경이 민호의 눈에 걸쳐졌다. 아직은 불빛만 감지된 상태라지만 시력이 회복되기만을 기도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병원에서 그 고사리 같은 손등에서 피를 뽑으려 혈관이 잡히지 않아 여기저기 쑤셔대도 울지 않고 칭얼거리다가 마는 민호가 다른 아이들처럼 차라리 앙앙대고 울기나 했으면 덜 이나 내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