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눈물이 기적 일으키길 바랄 뿐"

[주민투표 D-1] 각종 제약에 한나라당 의원 발만 동동... 박근혜도 사실상 외면

등록 2011.08.23 16:01수정 2011.08.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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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조찬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을 들이키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조찬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을 들이키고 있다. ⓒ 연합뉴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조찬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을 들이키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가 이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시장직연계'를 강행하자 "이왕 이렇게 됐으니 남은 기간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연한 목소리였지만, 승리에 대한 희망보다는 현재 상황의 갑갑함과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잔뜩 담겨있었다.

 

홍 대표는 23일 오전 의원, 한나라당의 서울지역 원·내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도 "그동안 고생하시면서 투표참여 운동했지만 아직 조금 부족하다"고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밝히면서 "투표율 상승기운이 있으니 오늘 내일 투표참여 운동을 조금 더 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같은 독려와는 별개로, 서울 전체의원 48명 중 41명이나 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공무원'인 국회의원은 직접적인 투표지원활동을 벌일 수 없다. 또 8월 국회가 열려있다는 점도 제약요건 중 하나다.

 

구상찬 의원은 "아침 일찍부터 지하철역 등에 나가기는 하는데 나는 그냥 서 있거나 악수하는 정도고 당직자들이 전단을 돌리고 피켓팅을 한다"며 "당직자들이 문자메시지나 전화홍보를 중심으로 투표독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에서 얼굴이 가장 알려져 있고, 영향력이 큰 국회의원들이 전력투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의원들이나 구의원들이 나서야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서울시의원의 75.5%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의원은 "우리 지역(강서구)의 경우 우리 당 시의원은 한명도 없고 구의원들과 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지역 구의원은, 시의원과 달리 여야 분포가 비슷하다). 

 

"선관위가 국회의원들에게 제한하는 게 많아"

 

a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회의장소인 당 대표실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나쁜투표"라며 거부하자는 문구가 걸려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회의장소인 당 대표실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나쁜투표"라며 거부하자는 문구가 걸려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회의장소인 당 대표실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나쁜투표"라며 거부하자는 문구가 걸려 있다. ⓒ 남소연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나도 (지역구는 울산이지만) '24일이 투표일입니다'하는 안내판을 들고 나가려고 했는데 선관위가 안 된다고 하더라"며 "정무직 공무원인 국회의원들은 언제든지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인데 유세차 타는 것도, 전단지 나눠주는 것도 안 된다고 선관위 임의로 해석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시의원과 구의원, 당원들은 자기 비용을 쓰면 제한없이 독려전화를 하면서 투표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해 다시 단일 대오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제재가 많다보니 선거가 하루 남아도 (공무원인) 시장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한다.

 

반대쪽 일선에서 투표불참 운동을 벌이는 민주당 시의원들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강북구의 한 시의원은 "한나라당 인사들이 플래카드 붙이고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인사하는 정도는 하는데 상가와 경로당 순방, 주민간담회 같은 주민접촉은 잘 보이지 않더라"며 "일반시민들이 내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관악구의 시의원도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기자회견 이후부터 좀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렇게 열성적으로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교회가 열심히 여론 작업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로서는 상황이 매우 안 좋기 때문에 막판에 관제투표를 시도하지 않을까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다.

 

박근혜 "서울시민이 알아서 판단할 것"

 

a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 남소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 남소연

이런 상황이 되면서 당내에서는 체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한 의원은 "다 끝났는데, 지금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이후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투표율이 상승국면이 된 것은 맞다"면서도 "재보궐선거 등 역대 선거 결과를 쭉 분석해봤는데 산술적 수치상로는 33.3%가 안 나온다. '오세훈의 눈물'이 기적을 일으키길 바랄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투표율이 최소 30%이상은 돼야 그나마 할 말이 있을텐데…"라는 걱정을 내놓기도 했다.

 

산술적 수치로 '투표율 33.3%'가 안 나온다는 것은, 서울 유권자 838만7278명 중에 279만5760명이 투표장에 나와야 하는데 현 정황상 이게 대단히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208만6127표보다 약 71만표를 더 얻어야 하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에서 얻은 득표 수 268만표보다 11만표가 많은 수치다.

 

오 시장 등이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 전 대표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23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에게 "지자체마다 형편과 사정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해야 한다고 이전에도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주민투표니까 서울 시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 선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50여 명이 전날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 앞에서  박 전 대표에게 이번 주민투표를 독려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까지 열었으나 효과는 없었다.

#주민투표 #오세훈 #홍준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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