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본부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는 23일 오전 11시 템플스테이기념관 3층에서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초안)'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주영
"내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을 인정해야 하고, 나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남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부처님의 연기적 세계관에 따라 이웃 종교와 관계를 맺겠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 쇄신결사본부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 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21세기 아쇼카 선언(초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초안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종교 간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교 차원의 종교평화 기준과 지침이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불교계는 정부 및 개신교계와 몇 차례 갈등을 겪었다.
"종교 간 갈등, 다문화문제를 해소하겠다" 도법스님은 "(종교가) 제 역할을 충실이 하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이 근심 걱정을 하게 됐고, 종교가 이래서 되지 않겠느냐는 성찰과 반성이 이뤄졌다"며 "종교 문제로 인한 불신과 갈등이 종식되어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 활동해 국민에게 모범과 희망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이 선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한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그동안 종교 평화 문제에서 불교계는 피해자이기도 했고 소극적이고 다소 방관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며 "이 선언은 기존의 입장을 떠나 불교계 자체의 반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직면한 다문화 다인종 사회문제는 급박한 현실이나,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종교 평화 선언이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다인종, 다문화 문제 해소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 초안을 통해 오늘날 종교 간의 갈등 상황에 책임을 통감했다. 이들은 "불교인들이 이웃종교를 진정으로 '이웃'으로 생각하는데 충분하지 못했다"며 "이웃종교를 질시하거나 경쟁하는 상대로 여겼던 적은 없었는지, 그리고 이웃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노력이 충분하지 못하였음을 반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웃 종교는 '이웃'에 있는 나 자신의 종교이며, 내 종교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라면서 "이러한 세계관이 불교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다원적 상황을 이해하고 이웃 종교와 관계 맺기를 원하는 바탕"고 밝혔다.
"개인신앙이 공적 영역에 작용해서는 안돼" 이밖에도 선언문 초안은 ▲열린 진리관 ▲종교 다양성의 존중 ▲전법과 전교의 원칙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 활동 ▲평화를 통한 실천 등 종교 평화를 위한 불교적 입장과 실천을 제시했다.
특히 '공적영역에서의 종교활동'과 관련해 따끔한 일침이 담겨 있었다. 선언문 초안은 "자신의 믿음을 전하기 위해 공적 지위나 권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공적 권력이 신앙전파의 수단이 되거나 공적 장소가 신앙 전파의 무대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신앙이 공적 영역에 작용해 종교적 편향성을 낳는 것은 결과적으로 모든 종교의 비극으로 이어진다"며 "언제나 이를 유념하고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은 초안이며, 결사본부는 대중공사 등 불교계 내외부의 토론을 거쳐 10월께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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