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등록제에 대한 두번째 생각

등록 2011.08.24 11:39수정 2011.08.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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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등록제, 이 낯선 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한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인지, 다른 방안은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하여 세세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당사에 선례, 그것도 성공한 사례가 없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소개 및 토론 등이 없어서 딱 부러지게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차원에서 대체적으로 윤곽을 그리자면 정파등록제는 합당이전 해당 정당의 정체성을 보장하고 이를 유지, 확대 등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방안은 정파등록제 없이 일반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통합이 되었는데 굳이 종전의 입장을 고집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내부 세력화할 필요가 있는가에 의문이다. 무슨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차이점이 있어서 그래야만 하는가. 살림을 같이 차렸으면 서로 이해하고 같이 행동하려고 노력해야지 딴 사람처럼 행동해야 되겠는가. 소모적 갈등을 조장할 필요가 있는가. 서로 사랑한다고 철떡 같이 믿고 굳게 약속하고 결혼을 해도 서로 이해하거나 인내할 수 없고, 마음과 상황의 변화로 헤어질 수 있는데, 서로 충분히 사랑하거나 믿지도 않으면서 일단 결혼하고, 결혼 후 형식적으로 한 집에 살면서 다른 생각과 생활을 하면 그 부부가 과연 온전한 부부일까.

정당법 제2조(정의)는 '정당'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12조(중앙당의 등록신청사항) 제1항제3호는 중앙당의 등록신청사항으로 '강령(또는 기본정책)'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정당으로 등록하기 위하여 강령, 기본정책 등 중요 사항에 대하여 '합의'를 이루었는데, 그 세부 실천사항 등에 대하여, 그리고 당분간 존재하지 않을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사안을 미리 상정하고 심각한 의견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단하여 내부 세력화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하나의 정당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였는데, 내부적으로 정당에 준하는 정파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어느 정당이건 간에 정당의 울타리 안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인사들끼리 당내 그룹, 집단 등 조직을 형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파등록제를 거론하지 않고서도 정당이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다양한 의견을 조직화할 수 있다. 다양한 의견 표출과 소통을 위한 절차 등 당내 민주주의가 보장되어 있다.

오히려 정파등록제를 실시하여 내부 장벽을 세우면 상호 간에 여러 가지 변화를 수용하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어느 특정 정파에 등록된 인사가 다른 정파로 옮겨 등록할 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정파 또는 정치세력이던 간에 국민의 다수가 원하는 정책, 국민과 국가에 좋은 정책 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당사자인 정치인 개인, 나아가서 그 인사가 '소속'한 정파는 영향력과 세력을 확장하게 된다. 다른 생각을 가졌던 인사들도 이에 동조하게 된다. 소위 종전 진보주의 세력이 종전의 자유주의 세력을 또는 그 반대로 민주적인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포획하면 된다.

생각, 세력, 정치적 이해 등 고정불변적인 것은 없으며 변화무쌍하다. 당내 정치적 지형은 민심의 변화,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누가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데 예지를 갖고 이를 관찰시키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는가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만들어갈 수 있다.

다른 방안은 정파등록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여하튼 진보 정치세력의 불안감 해소, 세력 존재와 활동의 보장, 상징적 차원에서 정파등록제를 제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당헌에 규정할 수 있고, 당헌에 원칙적 사항을 규정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독립된 당규, (가칭)"당내 단체 등 결성 등록 및 민주적 활동 등에 관한 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 당내에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의 생성과 발전을 위하여 단체, 그룹, 조직의 결성과 운영 등 그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회의, 교육, 강연, 세미나와 이 밖에 활동 사업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 장려하고(규정화), 이를 보장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필요한 경우 사업활동 등 운영에 소요되는 재정을 국고보조금, 당비 등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 밖에 예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항을 규정화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의문은 정파등록제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이를 굳이 제도화 할 필요가 있는가이다.


정파등록제의 도입과 관련하여 그 장단점을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하는데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정파등록제를 제도화하는 경우에 대의원대회,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의원총회, 지역위원장 회의 등 각종 의사결정기구가 일부 이견으로 당의 의사를 결정하지 못할 수 있다.

매 안건마다 심도 있고 충분한 토론 등을 거치되, 종국에는 수용하거나 이의가 있는 경우에 조정, 타협 등의 과정을 거쳐 만장일치 또는 표결로 처리되어야만 하는데 백가쟁명식 갑론을박만 하거나 일부 이견이 있다는 것으로 결정을 무작정 지연시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치열한 토론 끝에 결정이 난 사항은 한 목소리, 한 몸으로 일치단결, 일사분란하게 관철하거나 집행해야 하는데 일부 반대한 세력이 끝까지 반대하거나 무관심과 수수방관 또는 소극적 동조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실패한 정당 운영과 관련해서 이러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해 왔다. 다수가 소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도 안 되지만, 소수가 다수 의사를 항상 무시하게 되면 그 정당은 애초에 하나로 통합하지 말거나 공존과 공생이 어렵기 때문에 헤어져 각자 갈 길을 달리 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통합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통합을 하기 위해선 지난 5.31.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문, 20대 주요 정책과제 등에 대하여 민주당이 분명한 입장을 취하여야만 한다. 조건없이 전폭 수용하거나 완전한 의견의 일치를 보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하여는 수정하거나 중장기적 과제로 유보하는 등의 의견을 제시하여 정치적 타협을 이루어야만 한다. 이 사항을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마음에도 없는 것을 하겠다고 덥석 약속하고, 나중에 이러저런 이유를 달거나 내가 언제 그랬느냐 하는 발뺌 식으로 종전의 입장을 부인하면 통합된 이후 바로 갈등과 분열의 발생은 불 보듯이 뻔하다.

그리고 지난 민주정부의 국정운영, 정책 등의 과오에 대하여 시인과 반성,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기록적인 선거 참패와 그 때 마다 되풀이 한 반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당시 소홀히 했거나 잘못한 정책,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잘못된 부분 등에 대해서 인정해야만 한다. 문제의 대책을 논의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하면 안 된다. 지금 통합이 어려운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진보주의 세력이 자유주의 세력의 지난 십년간 국정운영에 대하여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아니 이로 인하여 '적대적 관계'를 맺고 힘든 투쟁을 하고 여러가지 깊은 상처를 입은 생생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최소한 시인과 반성, 그리고 대책이 없다면 종전의 경험에 비추어 상대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파등록제 #정체성 보장 #야권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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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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