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죽이는 패륜과 무엇이 다르냐"

인천 유통상인, (주)대상 식자재 납품업 진출 철회 요구 삭발 시위

등록 2011.08.29 18:10수정 2011.08.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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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인 (주)대상이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서 식자재 도매업에 진출하려하자, 시장에서 10년 넘게 식자재 도매업을 운영하는 김경호씨가 대상의 식자재 도매업 진출 저지를 요구하면서, 삭발을 하고 있다.  김씨는 삭발 도중 울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대기업인 (주)대상이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서 식자재 도매업에 진출하려하자, 시장에서 10년 넘게 식자재 도매업을 운영하는 김경호씨가 대상의 식자재 도매업 진출 저지를 요구하면서, 삭발을 하고 있다. 김씨는 삭발 도중 울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한만송

대기업이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진출해, 골목상권까지 붕괴된 가운데, 이제는 식자재 납품업까지 진출하자 중소 도매상인들이 사업자등록증을 불태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지역 중소 도매상인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9일, 인천 부평구 삼산동 농산물시장 주변 (주)대상 사업 예정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상의 식자재 납품업 진출을 규탄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18일 전국 도매업 최초로 중소기업청에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집회에는 '대상기업 식자재 납품업 진출 저지 인천대책위원회(이하 인천대책위)' 소속 회원들을 비롯한 상인 50여 명이 참석했다. 부평구의회 신은호 의장과 박종혁ㆍ이소헌 의원 등도 함께 했다.

이들은 대상이 지분을 70% 이상 소유한 중소기업 다물FS가 식자재 납품업체인 중부식자재를 통해 삼산동에 문을 연 식자재 납품업체가 영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을 듣고 모여들었다. 실제 중부식자재는 매장의 바코드 인식기 등을 점검하는 등 개점 준비에 한창이었다. 다만 중부식자재는 아직 개점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집회에서 인천도매업유통연합회 조중목 회장은 "대상의 식자재 진출은 짐승만도 못한 행위"라며 "영세 상인들을 죽이기 위해 식자재 도매업에 진출한다면, 차로 돌진해서라도 대상기업을 부셔버리겠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주장했다.

 대상 식자재 도매업 진출 저지 인천대책위원회가 29일 집회를 개최했다. 상인들은 이날 사업자 등록증을 직접 불태우면서, 대상에 대한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대상 식자재 도매업 진출 저지 인천대책위원회가 29일 집회를 개최했다. 상인들은 이날 사업자 등록증을 직접 불태우면서, 대상에 대한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한만송

"도매유통 소상인 지키는 것이 중산층 지키는 것"

연대사에 나선 민주노동당 김응호 인천시당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중산층이 더 심하게 감소하고 있다. 도매유통 소상인을 지키는 것이 중산층을 지키는 것임을 이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한 뒤 "중소기업청은 대상의 식자재 도매업 진출을 정지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신은호 의장과 의원들도 "대기업들이 최소한의 기업윤리를 가져야한다"며 "대기업이 콩나물, 두부시장까지 진출하면 중소 영세상인이 몰락한다. 결연한 의지로 상인들과 함께 하겠다"고 연대 의지를 밝혔다.

대상의 진출로 피해를 입었다는 대전의 현장을 다녀온 인천도매유통연합회 윤대영 사무처장은 "대전에선 대상이 5월 개점하고 난 후 제품단가를 70% 정도로 낮춰, 중소상인들의 매출이 30~50%로 급감하고 있다"며 "청과 야채와 건어물을 비롯해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판매해 주변 상권이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상은 대전에 청정유통센터를 최근 개점했다. 이로 인해 대전 지역 식자재 도매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상의 식자재 도매업 진출 저지 인천 상인실천대회에서 화가난 상인들이 입점 예정인 상가에 대상에서 생산한 고추장과 액젓을 던지기도 했다.
대상의 식자재 도매업 진출 저지 인천 상인실천대회에서 화가난 상인들이 입점 예정인 상가에 대상에서 생산한 고추장과 액젓을 던지기도 했다. 한만송

"대상은 키워준 부모 죽이는 패륜아"

삼산동에서 10년째 장사하고 있는 양범석씨는 "10년 전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이 생길 때 교통편도 없고, 먼지 마셔가면서 현재의 농산물센터를 자리 잡게 했다. 그동안 상인들이 대상 상품을 팔아주지 않았냐. 이제 상권이 형성되니, 우리가 물건 팔아줘서 모은 돈으로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으면 어떻게 하냐"고 한탄했다. 이어,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줘라. 법으로도 안 된다면 목숨을 던져서라도 대상을 막겠다"고 말했다.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8.15때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말했다. 과연 대한민국에 경제정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삼성이 MRO 사업에서 철수하듯이 대상도 영세 상인들을 죽이는 사업에서 철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을 키워준 영세 상인을 죽이면서까지 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부모를 죽이는 폐륜과 무엇이 다르냐"고 규탄했다.

집회 말미로 갈수록 참가자들의 심정은 격앙됐다. 인천대책위 소속 상인 김경호, 양범석씨가 삭발하기도 했다. 김씨는 삼산동 농산물시장에서 10년째 건어물을 팔고 있다. 그는 삭발을 하다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물러가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삭발식 후 상인들은 대상에서 생산한 '남해안 멸치액젓' '서해안 까나리액젓', '우리 쌀로 만든 순창 고추장' 등을 개점 준비 중인 중부식자재 매장 벽과 출입문에 던졌다. 이후 상인들은 애장 정문에 이동식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삼산경찰서 관계자들은 "집회 현장을 이탈했다. 신고 된 집회 방법과 다르다"며 불법 집회임을 강조했다.

중부식자재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도매업 진출로 삼산 농산물시장이 발전될 것이다. 가격을 맞춰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고 한 뒤 "우리도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 영업을 방해했지만, 영업방해 고소 등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으니, 조정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중부식자재는 9월 초 개점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초 상인들에 의해 건축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부평구는 8월 11일 ‘위반건축물 자진 정비 지시’를 통보했다. 삼산동 중부식자재 매장 내 불법 건축물.
중부식자재는 9월 초 개점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초 상인들에 의해 건축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부평구는 8월 11일 ‘위반건축물 자진 정비 지시’를 통보했다. 삼산동 중부식자재 매장 내 불법 건축물. 한만송

건축법 무시하고 개점 준비하다 적발

중부식자재는 9월 초 개점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초 상인들에 의해 건축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부평구는 8월 11일 '위반건축물 자진 정비 지시'를 통보했다. 9월 9일까지 자진 철거하거나 시정해야한다.

구에 따르면, 중부식자재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천막으로 연결해 사용하고 있으며, 복층 부분도 개조했다. 또한 일부 시설물의 용도를 변경해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구는 지시 사항이 시정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한편 중기청은 이날 오후에 사업조정과 관련해 현장을 방문했다.

◈ (주)대상은 어떤 기업 : 1956년 전분당 사업을 시작, 반세기 동안 국내 전분과 전분당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1996년 도입한 종합식품 패밀리브랜드 '청정원'을 중심으로 로즈버드(커피), 참작(육가공), 쿡조이(레토르트), 미원(조미료) 등의 패밀리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순창(고추장 등), 햇살담은(간장), 오푸드(유기농), 홍초(마시는 식초), 선생(자연재료 조미료) 등 다양한 라인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8월 29일 현재 시가총액이 4542억원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상 #사업조정신청 #중부식자재 #청청원 #S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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