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친절의 끝은 협박...여기선 '감'이 있어야

[모로코에서의 한 달 10] 모로코의 보석, 마라케시

등록 2011.09.05 17:27수정 2011.09.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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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 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된 독특한 현지문화를 경험했다. '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다. <기자 말>


돈을 노리는 가짜 호의에 속지마라

마라케시(Marrakech) 사람들은 눈빛이 다르다. 우리가 관광지가 아닌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있다가 와서 그런지 마라케시에서는 우리가 그냥 외국인이 아닌 '표적'이 된 느낌이다. 내가 지내던 살레(Salé)에서도 우리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이목을 끌고 '중국인, 중국인'하면서 쑥덕대는 상황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하지만 살레 사람들이 호기심에 우러나온 반응이라면 여기서는 호기심 더하기 조롱의 느낌이 든다.

 마라케시의 상점 모습. 흥정을 하다가 물건을 사지 않게되면 바로 찬밥대우를 받게된다.
마라케시의 상점 모습. 흥정을 하다가 물건을 사지 않게되면 바로 찬밥대우를 받게된다. 김동완

마라케시에서 잘 여행하기 위해선 흔히 '감'이라는 게 발달해야 한다. 여기에선 진심으로 호의를 베푸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잘 구분해야하기 때문이다. 골목이 많은 곳에서는 쉽게 길을 잃는데 그래서 길을 물어보면 자기가 도와준다며 직접 데려준다는 사람이 있다. 처음엔 어둠에 한줄기 빛이라도 되는 듯 고마워서 따라나서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다른 곳으로 데려가 돈을 빼앗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은 뒤에는 데려다 준다고 하면 혹시 돈을 원하는 게 아닌지 물어봤다. 나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던 사람도 목적지 앞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손을 내민다. 이렇게 항상 긴장하면서 다녀서 그런지 한번 밖에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 온몸에 진이 빠진다. 상점에서는 역시나 구경하려고 치면 설명을 일일이 잘 해주다가도 살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 채면 태도가 확 바뀐다. 워낙 관광객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살다가 이런 명소를 오게 되니 우선 사람들에게 적응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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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완, 곽온유, 허현정

마라케시의 보석, 메디나


하지만 마라케시는 그 명성만큼이나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방문객들을 현혹하는 나쁜 장사꾼들 때문에 이 멋진 도시의 방문을 망설일 수는 없다. 마라케시의 유적지는 메디나(구시가지)에 밀집되어 있고, 메디나는 걸어서 이동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우리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사디안의 묘(Saadian Tombs)이다. 마라케시 어디서나 보이는 카스바 모스크(Kasbah Mosque)의 한구석에 들어가는 길이 있다. 16세기 모로코에 세워진 아랍왕조인 '사디 왕조(Saadi Dynasty)'의 무덤인데 왜 이렇게 들어가는 입구가 초라할까라고 의아해 했다. 알고 보니 사디 왕조가 무너지고 그 다음 왕조인 '알라위 왕조(Alaouite Dynasty)'가 세워지고는 알라위 왕조의 술탄이 사디안의 묘를 벽으로 막아버렸다고 한다.


그 후 1917년에 항공 사진사에게 발견되어 그제야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다. 좁은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길게 뻗은 야자나무와 잘 가꾸어진 정원이 눈에 띄었다. 마라케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초록의 나무들이었다. 사디 왕조의 술탄 중에서 가장 이름을 떨쳤던 아하메드 알 만수르(Ahmad al-Mansur)와 그 가족들을 포함해 60명 정도가 묻혀있다. 하지만 화려한 무늬로 꾸며져 있는 색색의 묘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묘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사디안의 묘는 우리가 생각하는 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사디안의 묘는 우리가 생각하는 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곽온유

엘 바디 궁전(El Badi Palace) 또한 사디 왕조 때 술탄이었던 아하메드 알 만수르가 건설하였다. 그 명성만큼 화려하게 지었지만 여기 또한 알라위 왕조의 술탄에 의해 파괴됐다고 한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궁전의 크기로만 화려했던 그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성벽만 남아있는 궁전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이 갈색 성벽의 쓸쓸함을 달래는 듯 했다. 특히 궁전의 지하도 가볼 수 있었는데 위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빛에 비치는 먼지들이 인상 깊었다.

한숨을 돌리려 궁전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으니 한쪽 구석에 아기 고양이들이 눈에 띄었다. 궁전 관리인 아저씨가 키우는 고양이의 새끼들이었다. 생각해보면 모로코에는 개보다 고양이가 훨씬 눈에 많이 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봤던 고양이들보다 한 달 동안 모로코에서 본 고양이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엘 바디 궁전은 성벽만 남아있지만 그 크기만으로 그때의 웅장함을 상상할 수 있다.
엘 바디 궁전은 성벽만 남아있지만 그 크기만으로 그때의 웅장함을 상상할 수 있다. 곽온유

7월의 뙤약볕 아래서 계속 돌아다니려니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마라케시에서는 밖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냥 보기만 했을 때는 물 뿌리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한번 앉아서 물을 맞으니 나중에는 의자를 옮겨가며 물을 맞으려고 애 쓰게 되었다.

 화려한 모습이 잘 보존돼 있는 바히아 궁전은 모로코의 파란하늘과 잘 어울린다.
화려한 모습이 잘 보존돼 있는 바히아 궁전은 모로코의 파란하늘과 잘 어울린다. 김동완

마지막으로 바히아 궁전(Bahia Palace)을 방문했다. 19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바닥부터 기둥, 천장까지 특유의 화려함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잘 어울렸다. 입구부터 초록색 나무들이 입장객을 맞아서 그런지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손님을 맞고 축제를 했을 그때를 상상하니 여기서 무엇을 한들 안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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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어스,김동완,곽온유,허현정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게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게 포스팅됩니다.
#모로코 #마라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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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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