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들러리? "소름끼치는 상황"

민주당 위기감... 시장 '양보론'도 나와

등록 2011.09.07 16:37수정 2011.09.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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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유성호

[ 기사보강 : 8일 오전 9시 15분]  

민주당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퇴를 민주당의 승리로 인식하면서 서울시장 출마자가 줄을 섰다. 그러나 불과 10여 일 만에 먼 옛 이야기가 된 형국이다.

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박원순-안철수 후보단일화' 열풍에 휘말려 자칫 서울시장 후보조차 못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등에 업은 박원순 변호사의 들러리 역할 밖에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유구한 역사의 민주당이 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하면 소멸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며 "시장 선거 위기를 자초하면 총선과 대선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반성을 통해서 혁신해 나가지 않으면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올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후보단일화라는 미명 아래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소름끼치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치자산이 총집결해서 집단적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만든 '집단지도체제'가 혹시라도 '집단분열체제'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천정배 최고위원과 천 최고위원을 지원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의 손학규 대표에 대한 공격으로, 지도부가 갈등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이같은 지도부 갈등도 민주당의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큰 요인이다. 당내에서는 천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의 공세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손 대표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과 관련해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국민 사이에 팽배해있는 정치 불신에 대해서 깊은 자기 성찰을 해야 할 것"이라며, 손 대표다운 밋밋한 화법을 구사했으나 고민은 매우 깊은 상태다. 손 대표쪽에서는 "10·26 서울시장 보선이 잘못되면 손 대표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손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약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도중 정동영 최고위원이 손 대표 옆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돌풍'과 관련해 "안철수 박원순 쓰나미 속에서 보이지 않는 3가지 위기가 있다"며 "정당정치의 위기, 민주당의 위기, 서울시장 선거와 총선 대선의 위기이다며 위기를 공유하는 게 극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도중 정동영 최고위원이 손 대표 옆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돌풍'과 관련해 "안철수 박원순 쓰나미 속에서 보이지 않는 3가지 위기가 있다"며 "정당정치의 위기, 민주당의 위기, 서울시장 선거와 총선 대선의 위기이다며 위기를 공유하는 게 극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유성호

민주당의 위기상황은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인사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큰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달리던 손 대표가 하락하면서, 6일 뉴시스-모노리서치 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가 33.4%로 1위였고, 안철수 원장이 19.5%로 2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13.1%)이 3위였다. 이어 김문수 경기도지사(5.3%),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5.3%), 손학규 민주당 대표(4.4%),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2.8%),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1.8%)순으로, 민주당 인사들은 모두 5위권 밖이었다.

서울시장 불출마도 이어지고 있다. 출마가 거론되던 전병헌 의원은 7일 "기득권을 버리고 나아갈 때 국민은 다시 민주당에 신뢰와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한길 전 의원도 "오늘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당의 최고 지도부"라고 비판한 뒤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서기보다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한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실현하는 데 성심껏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원순에 양보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김영환 의원은 "더 이상 기득권 내에서 아등바등해서는 안 된다"며 "야권연대를 위해 필요하다면 당원들의 뜻을 묻고,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를 양보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천정배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 신계륜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당 내 인사 중 큰 차이로 지지도 1위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늦어도 금요일까지는 출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영선 의원과 원혜영 의원은 한 전 총리가 출마한다면 나서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한 전 총리가 참여하지 않고 민주당 내 경선이 관심을 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많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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