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잣대라면 김두관도 구속감?

'단일화' 후 정무부지사 맡은 강병기 사례도 불법인가... 검찰, 참 무지

등록 2011.09.09 15:22수정 2011.09.1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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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박명기 교수의 변호사가) "박 교수가 곽노현 교육감과 후보 사퇴를 대가로 돈을 받기로 약속한 적이 없으며 실무자 간 얘기도 후보사퇴 대가가 아니라 선거비용 보전 문제였다"고 했는데.

 

공상훈 검사 : 선거법 제232조 1항2호는 약속했든 안 했든 일단 돈을 주면 처벌하겠다는 게 입법자의 의도이다.

 

곽노현 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상훈 성남지청장이 8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답변이다. 그는 이번 사건을 "금권 선거사범 중 죄질이 가장 중한 것… 매수를 통한 단일화로 선거인을 (돈으로) 사는 행위를 통한 민의 왜곡으로 낙선될 사람이 당선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이의 제기에도 검찰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여 곽노현 교육감의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런데 검찰의 이런 자신감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사퇴 후보에게 금품·자리를 주는 것 자체가 불법?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돈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에 출두하자,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사진 앞)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저지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돈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에 출두하자,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사진 앞)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저지되고 있다.유성호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돈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에 출두하자,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사진 앞)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저지되고 있다. ⓒ 유성호

 

애초 검찰은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1호 즉, 돈을 주고 후보를 사퇴시킨 혐의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런데 각서도 없고, 증거능력 없는 녹취록에, 급기야 7일 박명기 교수의 변호인은 "대가를 목적으로 사퇴하였다고 인정한 적이 없고, 그런 사전 약속도 없었다. 곽노현 교육감은 실무진의 협의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밝히며 검찰과 언론의 보도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검찰은 금품을 대가로 한 사퇴 주장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는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공직선거법 제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항 제2호에 의해 사전 약속과 상관없이 후보 사퇴자에게 금품이나 자리를 주는 것만으로 처벌받는다"고 말을 바꿨다.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과 서울교육발전위원회 위원 자리를 준 것 자체가 이 조항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검찰이 인용하는 공직선거법 제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항 제2호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것을 중지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였던 자나 후보자이었던 자에게 금전·물품·차마·향응 그 밖에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언뜻 보면 후보자를 사퇴한 자에게는 일체의 금품이나 향응,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인 것처럼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엄격한 대가성을 요구해야 성립한다.

 

지난 6.2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무소속)과 민주노동당 도당 농민위원장 강병기는 각각 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26일 김두관 후보와 강병기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하여 김두관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었다.

 

즉각 강병기 후보는 사퇴했고 김두관 선거운동본부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그리고 김두관 후보가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누르고 도지사에 당선되자 곧바로 7월 경남도청 정무부지사를 맡았고,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정무부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두관과 강병기 사이의 이 단일화 사건은 강 후보가 후보를 사퇴한 것이 맞고, 이후 김 후보의 선대본부장과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라는 "공사의 직"을 제공받은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검찰도, 언론도, 정치권도, 어느 누구도 불법이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의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잣대를 이 사건에 그대로 갖다 대면 "사퇴한 후보(강병기)에게 당선된 김두관이 공사의 직을 제공한 것으로 불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공직선거법 제232조는 금품과 공사의 직을 구분하지 않고 이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박이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비슷한 사례는 지난 지방 선거에서 곳곳에서 있었다. 그런데 왜 검찰과 언론,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을까? 바로 사전 약속이 없었고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곽노현 교육감에게 적용해보면 "금품이나 자리에 대한 사전 약속이 없었고, 2억과 서울교육발전위원회 위원이라는 자리가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준 것이 아니면" 똑같이 불법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검찰의 "사전 약속이 없었어도 후보를 사퇴한 자에게 금품이나 자리를 준 것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스스로 틀렸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곽노현 교육감이 사전 약속을 했거나(있었다고 하더라도 시효가 지나서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후 사퇴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2억이나 서울교육발전위원회 위원이라는 자리를 주었다는 대가성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 보인다.

 

곽노현 교육감 범죄 증명 못한 검찰, 도주의 위험도 없는데

 

검찰은 아직 곽노현 교육감의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조차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이 현 교육감으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지금까지 성실히 검찰 수사에 임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는 점에서 도주의 위험은 전혀 없다.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해서 검찰은 "이미 확보할 증거는 다 확보했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당사자 소환수사 뿐 아니라 가족, 선거캠프 관계자 등을 모두 소환했고, 계좌추적과 통화내역 조회 등은 물론 관련자들의 가택까지 모두 압수수색했다. 이런 면에서 증거인멸의 우려를 거론하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 자기의 말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정치권과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김상곤 경기교육감 등이 행정 공백을 우려하며 불구속을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서울시장 단일화를 이룬 박원순 변호사 역시 구속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의 무리수라고 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는 9월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검찰과 곽노현 교육감의 법정 투쟁 제1라운드의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곽노현 #박명기 #노무현 #김두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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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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