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
유성호
여기에서 그는 이 후보가 한국 역사상 가장 큰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BBK 수사 및 한나라당 내부의 다툼, 그리고 다음해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결과의 불투명성 때문에 득표율에 걸맞지 않은 정치력을 갖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BBK 수사 결론이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미 대사는 미국이 이 당선자의 인수위에 신중히 접근할 것을 권유하고, 한국의 언론에 미국이 "두 개의 정부"(즉, 대통령 인수위와 노무현 당시 현 정부-기자)를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대사는 미국이 대통령 인수위와의 관계를 맺는데 소극적이어서는 안되며, 단,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민감성을 고려해 신중을 거듭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 당선자의 인수위팀 및 이후 새 정부와의 관계정립을 위해 미국 정부가 준비해 온 전략계획을 지지하며, 대통령 취임식까지 이 당선자의 대통령 인수위와 꾸준히 접촉하여 그들의 사고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당선자와 다루어야 할 당면과제로 한-미 FTA 비준, 미국 쇠고기를 위한 한국 시장 재개방, 한국의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로 배치하는 것, 그리고 동맹관계 변화에 필요한 추가 조치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하기도 전에 BBK 특별검사 조사 직면할 것"한편, 버시바우 미 대사는 BBK 문제가 당시 유력 당선자이던 이명박 후보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여러 건의 전문을 작성했다. 19일 투표일에도 그는, "이 후보가 취임하기도 전에 BBK 스캔들에 대한 특별 검사의 조사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2007년 10월 31일 전문에서도 이명박 후보의 선대 위원장이었던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과 BBK 문제를 논의한 내용을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이 둘은 같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5일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버시바우 미 대사는 31일, 자신은 물론 미 국무부도 김경준의 송환을 연기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유 전 장관은이 후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인 계략을 통한 속임수의 희생자"라며, "만약 미국이 선거 기간 중에 김의 송환을 허락한다면 내정에 간섭하는 일이 될 것"이므로 미 국무부는 "역사가 승인할 수 있는 사려깊고도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고 미 대사는 적었다.
버시바우 미 대사는 선거를 이틀 남긴 12월 17일도, "BBK는 이 당선자를 계속 쫓고 있는가?"라는 전문을 작성했다.
여기에서 그는, "이틀 안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에도 이명박의 정치적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중략) 주말 동안 이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여주는 2000년에 제작된 비디오가 방영되면서 BBK 사건은 완전히 예상치 못했던 관심을 받게됐다. 비디오 클립에 대해 노 대통령은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해야 할 것이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이는 국회가 특별 검사를 임명하는 것에 즉시 동의했다"고 적었다.
이미 12월 5일, 서울 지검은 이명박 후보자가 크리스토퍼 김(김경준의 미국이름)과 BBK를 공동으로 소유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으므로 이 후보는 BBK 주가 조작과 무관하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검찰의 발표 직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급상승을 기록했다고 대사관 전문은 밝혔고, 이 부분에 대해서 미 대사관은 12월 5일에 BBK관련 별도의 전문을 작성한 바 있다.
미 대사는 특히 특별 검사가 이 "당선자"를 고소할 경우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의 헌법은 물론 선거법에서도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의 고소를 당할 경우에 대해 명시하지 않고, 그러한 전례도 한국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17일자 전문에서 버시바우 미 대사는 "선거 기간 동안에 대통령 후보자들은 범죄 고발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러한 면책권이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없다"며, "만약 특별 검사가 2월 25일(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이(명박)와 BBK 사건을 연결짓는다면, 이같은 상황을 다룰 전례가 없는 까닭에 헌법 개정이 있을 수도 있다"며 "설령 취임식 이후에 그같은 수사결과가 나온다해도 이 대통령의 임기 초반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분석했다.
"MB의 영어실력은 기초 수준"한편 미 대사는 이 후보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12월 19일의 3급 비밀 전문에서 그는, "이명박의 보좌관들은 그가 매일 한 시간씩 트레드밀에서 뛴다고 칭찬을 하지만, 그의 최측근은 그가 시간이 있을 때만 뛸 뿐이라고 전했다"고 적었다.
또 이 당선자의 보좌관들은 그가 수년간 해외에서 근무한 탓에 영어로 업무를 볼 수 있다고까지 말하지만, 그를 직접 경험해본 결과 그의 영어 실력은 기초 수준이며 업무를 위해서는 통역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의 영어 실력이 해외 정상들과 가벼운 담소를 나눌 정도는 되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에 비하면 큰 발전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버시바우 전 미대사 "대운하 계획은 억지스럽고 구식"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