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전 미대사 "대운하 계획은 억지스럽고 구식"

[위키리크스 폭로] 미국, BBK 사건에 많은 관심

등록 2011.09.10 18:16수정 2011.09.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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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향방을 예상하고 있는 2007년 12월 19일자 미 외교문서 전문.
당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향방을 예상하고 있는 2007년 12월 19일자 미 외교문서 전문.오마이뉴스

작년 말부터 위키리크스는 비밀리에 입수한 미국의 외교 전문을 공개하기 시작해서 지난 9월 2일까지 25만 1287개의 전문 모두를 내놓았다. 그 결과 한국 관련 문건은 총 198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급 비밀 전문은 없고, 2급~3급 비밀 전문, 그리고 대외비용 및 일반으로 분류된 전문 등이 있으며, 각 전문에 부여된 일련번호를 살펴본 결과 공개된 전문은 주한 미 대사관 발로 작성된 전문 전체의 작은 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 미 대사관의 전문은 10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2006년 1월부터 2010년 2월말 사이에 이뤄진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 탓에 이 사이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 특히 2007년 대선과 대선 주자들, 특히 이명박 당시 후보자가 미 대사와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고, 미 대사는 그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등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한국 소는 미국 사료 먹기 때문에 한우가 아니다?

가령, 2007년 6월 5일, 버시바우 당시 미 대사와 만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선거 전반에 대한 것과 북한이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대북 정책비판 및 한국의 지역주의와 버지니아텍 총기사건, 그리고  FTA 등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이 후보는 버지니아텍 대학에서 일어난 총기사건과 그에 대응하는 미국인들의 자세가 한국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덕분에 한국내 반미 감정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반미 감정이 대통령선거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FTA를 12월 선거 직전에 비준하는 것이 반미, 반FTA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FTA를 찬성하지만 농어촌 지역에 지역구가 있는 일부 의원들이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몇 안되는 축산업자와 귤 재배자들 때문에 한국이 한-미 FTA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한국의 소는 미국산 사료를 먹기 때문에 한국 쇠고기는 진짜 한국산이 아니며, 따라서 한국 쇠고기를 살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전문에서는 버시바우 미 대사가 이 후보의 대운하 계획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이 계획이 "억지스럽고 구식이거나 환경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투표가 있던 12월 19일 전문에서도 버시바우 대사는 대운하 계획에 대해 "대사관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명박의 대운하 계획은 한국 경제를 부흥시킬 요체가 아니며, 다른 선거 공약들도 그저 그렇게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가 운하 건설에 실패하고 한국 경제에 실제적인 변화를 일으키 못해도 그가 한국 국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존경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그는 여러 스캔들을 극복해서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다"고 적었다.

12월 19일 전문은 투표가 막 시작되던 오전에 작성됐는데, 버시바우 대사는 이미 그간의 여론 조사 및 출구 조사등을 통해 이명박 당시 후보의 당선을 기정 사실화했다. 

이날 그는 3급 비밀(confidential)전문과 별개로, "한국의 대통령 당선자와의 관계수립을 위한 게임 플랜"이라는 제목의 2급 비밀(secret) 전문도 작성했다.

BBK 주가 조작사건에 대해 많은 관심 보여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유성호
여기에서 그는 이 후보가 한국 역사상 가장 큰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BBK 수사 및 한나라당 내부의 다툼, 그리고 다음해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결과의 불투명성 때문에 득표율에 걸맞지 않은 정치력을 갖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BBK 수사 결론이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미 대사는 미국이 이 당선자의 인수위에 신중히 접근할 것을 권유하고, 한국의 언론에 미국이 "두 개의 정부"(즉, 대통령 인수위와 노무현 당시 현 정부-기자)를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대사는 미국이 대통령 인수위와의 관계를 맺는데 소극적이어서는 안되며, 단,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민감성을 고려해 신중을 거듭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 당선자의 인수위팀 및 이후 새 정부와의 관계정립을 위해 미국 정부가 준비해 온 전략계획을 지지하며, 대통령 취임식까지 이 당선자의 대통령 인수위와 꾸준히 접촉하여 그들의 사고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당선자와 다루어야 할 당면과제로 한-미 FTA 비준, 미국 쇠고기를 위한 한국 시장 재개방, 한국의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로 배치하는 것, 그리고 동맹관계 변화에 필요한 추가 조치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하기도 전에 BBK 특별검사 조사 직면할 것"

한편, 버시바우 미 대사는 BBK 문제가 당시 유력 당선자이던 이명박 후보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여러 건의 전문을 작성했다. 19일 투표일에도 그는, "이 후보가 취임하기도 전에 BBK 스캔들에 대한 특별 검사의 조사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2007년 10월 31일 전문에서도 이명박 후보의 선대 위원장이었던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과 BBK 문제를 논의한 내용을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이 둘은 같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5일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버시바우 미 대사는 31일, 자신은 물론 미 국무부도 김경준의 송환을 연기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유 전 장관은이 후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인 계략을 통한 속임수의 희생자"라며, "만약 미국이 선거 기간 중에 김의 송환을 허락한다면 내정에 간섭하는 일이 될 것"이므로 미 국무부는 "역사가 승인할 수 있는 사려깊고도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고 미 대사는 적었다.  

버시바우 미 대사는 선거를 이틀 남긴 12월 17일도, "BBK는 이 당선자를 계속 쫓고 있는가?"라는 전문을 작성했다.

여기에서 그는, "이틀 안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에도 이명박의 정치적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중략) 주말 동안 이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여주는 2000년에 제작된 비디오가 방영되면서 BBK 사건은 완전히 예상치 못했던 관심을 받게됐다. 비디오 클립에 대해 노 대통령은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해야 할 것이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이는 국회가 특별 검사를 임명하는 것에 즉시 동의했다"고 적었다.

이미 12월 5일, 서울 지검은 이명박 후보자가 크리스토퍼 김(김경준의 미국이름)과 BBK를 공동으로 소유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으므로 이 후보는 BBK 주가 조작과 무관하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검찰의 발표 직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급상승을 기록했다고 대사관 전문은 밝혔고, 이 부분에 대해서 미 대사관은 12월 5일에 BBK관련 별도의 전문을 작성한 바 있다.

미 대사는 특히 특별 검사가 이 "당선자"를 고소할 경우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의 헌법은 물론 선거법에서도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의 고소를 당할 경우에 대해 명시하지 않고, 그러한 전례도 한국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17일자 전문에서 버시바우 미 대사는 "선거 기간 동안에 대통령 후보자들은 범죄 고발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러한 면책권이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없다"며, "만약 특별 검사가 2월 25일(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이(명박)와 BBK 사건을 연결짓는다면, 이같은 상황을 다룰 전례가 없는 까닭에 헌법 개정이 있을 수도 있다"며 "설령 취임식 이후에 그같은 수사결과가 나온다해도 이 대통령의 임기 초반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분석했다.

"MB의 영어실력은 기초 수준"

한편 미 대사는 이 후보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12월 19일의 3급 비밀 전문에서 그는, "이명박의 보좌관들은 그가 매일 한 시간씩 트레드밀에서 뛴다고 칭찬을 하지만, 그의 최측근은 그가 시간이 있을 때만 뛸 뿐이라고 전했다"고 적었다.

또 이 당선자의 보좌관들은 그가 수년간 해외에서 근무한 탓에 영어로 업무를 볼 수 있다고까지 말하지만, 그를 직접 경험해본 결과 그의 영어 실력은 기초 수준이며 업무를 위해서는 통역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의 영어 실력이 해외 정상들과 가벼운 담소를 나눌 정도는 되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에 비하면 큰 발전이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 #이명박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 #BBK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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