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면 상품화에 '산파' 역할을 한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
김시연
"(라면 3사 심사위원 셋이)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는 사람이 상품화하자."
'꼬꼬면'은 이경규씨가 처음 만들었지만 이 사람이 없었다면 소비자들은 여태 꼬꼬면 맛을 못 봤을지도 모른다. 바로 지난 3월 KBS 2TV <남자의 자격> '라면의 달인' 편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꼬꼬면 상품화를 이끌어낸 최용민(42)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월 초 시장에 나온 꼬꼬면이 큰 인기를 끌면서 최용민 차장도 덩달아 바빠졌다. 그동안 언론사에 불려 다니느라 '본업'마저 헛갈릴 지경이어서 요즘엔 아예 '인터뷰 사절'이란다. 하지만 이천 공장까지 취재하는 마당에 '꼬꼬면 개발자'도 꼭 만나야겠다며 지난 8일 오후 서울 잠원동 한국야쿠르트 본사로 직접 찾아 나섰다.
"왜 1등 놔두고 꼬꼬면? 상품화 가능했던 유일한 작품"9층 F&B마케팅팀 문을 여는 순간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바로 청양고추와 닭고기 국물 냄새가 뒤섞인 매꼼 담백한 꼬꼬면 향이었다. 바로 이곳에서 꼬꼬면이 탄생했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이경규씨 작품에 심사위원 5명이 모두 놀랐어요. 64가지 출품작을 시식했는데 대부분 전복 같은 생물이나 샐러드 같은 것이 들어가 요리에 가까운 작품이었거든요. 왜 그때 1등 놔두고 2등인 꼬꼬면을 택했느냐고 하는데 유일하게 상품화 가능한 작품이었어요."처음 꼬꼬면을 발견했을 때를 떠올리는 최 차장 표정에선 수십 번 되풀이하더라도 지겹지 않을 듯한 신명이 느껴졌다.
"제가 심사평하며 농담 반 진담 반 라면 3사가 가위바위보해서 이기는 회사에서 상품화하자 제안했는데 그 얘길 듣고 이경규씨가 만약에 상품화 하면 한국야쿠르트에서 연락이 오겠구나, 하는 암시를 느꼈대요. 어떻게 보면 제가 '선방'을 날리고 서로 암시를 주고받은 거죠."당시 심사위원 가운데는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 관계자도 있었지만 최 차장만큼 적극적이진 않았다. 농심 쪽 심사위원은 "(이경규씨가) 직접 프랜차이즈하려 할 텐데 되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당시 농심 심사위원은 라면 사업이 아니라 외식 사업하는 분이었고 삼양라면은 연구원이었어요. 외식 사업하는 분은 식당용 요리를 생각했을 거고 연구원은 레시피를 고민했을 텐데 저는 마케팅을 하다 보니 관점이 달랐던 거죠. 경쟁사에서도 마케팅 쪽에서 나왔으면 상황이 달라졌겠죠. 나름 운이 작용한 거죠."- 이경규씨 로열티가 꽤 높다던데. "(꼬꼬면 매출액) 2%에는 못 미치고 1%대예요. 요즘 연예인 브랜드 상품화를 많이 하는데 톱 연예인은 7%대까지 받기도 해요. 거기 비하면 많은 건 아니죠. 대신 이경규씨가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하라, 신신당부했어요. 이경규씨가 음식 사업을 해본 탓인지 스프도 딱 12g에 맞추고 먹는 것엔 감각이 있었어요. 앞으로 나올 꼬꼬면 CF 모델도 당연히 이경규씨가 돼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