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그랬다. 어느 곳이든 어두운 곳은 빛이 필요했다. 어둠으로 가득찬 세상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이유는, 어둠 속에서는 희망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김민수
사진은 빛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빛이 없으면 사진은 온통 검은색 일 터이다.
아주 적은 빛만 있어도 사진은 어둠 속에 숨겨진 것들을 담아낼 수 있다.
어둠과 빛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소에 설 때가 있다. 빛에 노출을 맞추면 보이는 것보다 그늘진 곳이 더 어둡게 표현이 되어, 사진에 담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낯설음 때문에 더 정감이 가는 사진이 있다.
어릴적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이런저런 색을 섞다보면 나중에는 검은색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하곤했다. 그래서 검은색 속에는 모든 색깔이 다 들어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진은 색깔을 더하면 더할수록 하얗게 변하고, 마침내 아무것도 남질 않는다. 그래서 하얀색 속에도 모든 색깔이 다 들어있다고 생각을 한다.
어둠과 빛, 그 대비되는 색감 속에서 나는 '어둠의 끝자락에 비추는 희망의 빛'을 본다. 어차피, 어둠이라는 것에는 모든 빛이 다 들어있으므로, 궁극적으로 희망이다.
어둠은 절망이 아니라 쉼의 시간, 이 세상 살아가면서 쌓았던 모든 추억에 다른 색깔을 더하지 않는 것이 죽음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아닐까? 죽음과 삶이 다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빛만 있었다면 사진은 밋밋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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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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