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Y여고 관리자가 교사들에게 만들어 돌린 교원평가 학생만족도 조사 관련 전산실 이용시간표.
윤근혁
"정규수업만큼은 차질 없이 진행하게 해 달라"(A교사)"교원평가 해야 하니 학생들 교실로 데려가지 마라."(B교감)지난 15일 인천에 있는 Y여고에서는 학생의 정규 수업 참석 여부를 놓고 교감과 교사 사이에 진풍경이 연출됐다. 학생들 앞에서 벌어진 이 같은 옥신각신 사태의 원인은 교과부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하도록 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학생만족도 조사 때문이다.
텅텅 빈 교실, 학생 찾아갔더니...이 학교 A교사는 "수업하러 교실에 갔더니 텅텅 비어있기에 물어물어 가보니 교감선생님이 아이들을 전산실에 데려다놓고 교원평가에 참여토록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 교감이 전체 교사들에게 나눠준 '교원평가 학생 만족도 조사 학반별 전산실 이용시간'을 보면 지난 1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1∼7교시 수업시간에 한두 개 반씩이 전산실에 배정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수업에 불참한 채 전산실에서 온라인 교원평가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B교감은 16일 전화통화에서 "지난 해 전교생 1700명 중에 교원평가에 참여한 학생이 20여 명뿐이어서 교육청에서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면서 "그래서 올해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 안아무개 교장은 "교육청 질책 때문에 그랬지만 수업시간에 교원평가를 했다면 잘못이라는 생각에 시정토록 했다"고 말했다.
정규수업 시간을 뺀 채 교원평가를 벌이는 곳은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서울S초 김아무개 교사는 "대부분의 초등학교들은 담임이 정규수업 시간에 아이들 데리고 컴퓨터실에 가서 일괄적으로 교원평가에 참가토록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정규수업 시간에 교원평가를 강행하는 것은 교육과정 관련 교과부 지침 위반이다. 교과부 교원정책과의 한 중견관리는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진행하는 교원평가인데 학생들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한 채 진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 14일 각 학교에 보낸 '교원평가 유의사항 안내' 공문에서 "정규 수업시간을 활용하여 단체로 컴퓨터실 등에서 학생 만족도조사를 강요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학생 교원평가 강요 무리수, 속사정은? 하지만 상당수의 학교 교사들은 교원평가가 정규수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원평가 참여율이 낮을 경우 교육청의 학교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교장과 교감들이 학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탓이다.
손충모 전교조 정책연구국장은 "반강제로 진행하는 교과부의 교원평가는 전국 학교에서 교육과정 파행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강요된 평가는 오히려 교원전문성 신장과 교육의 질 제고에 방해요소로 작용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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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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