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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넷 딸 다섯, 부모님은 우리 형제들이 야구 한 팀을 만들 수 있는 9남매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9남매면 다투고 싸우고 할 것 같은데 싸운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맨 큰 형님과 스무 살 차이가 나 싸울리가 없지만 그래도 바로 위 누나가 19개월, 3살 터울인 바로 아래 동생과도 싸운 기억이 없습니다. 집사람도 5남매인데 싸운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장모님께 물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막둥이, 거울 앞에서 노래 부른 형아를 화나게 하다
둘 다 남매가 이렇게 많아도 다툰 적이 없었는데 우리집 삼남매는 다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다른 집도 싸우는지 궁금합니다. 어제 아침 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김종환씨의 '백년의 약속'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거울을 보면서 온힘을 다해 '나가수'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막둥이가 다른 노래로 넘겨 버렸습니다.
"야, 체헌이 너 지금 무슨 일 한 거야?"
"다른 노래 듣고 싶어 돌렸어."
"내가 지금 거울 보면서 '백년의 약속' 부르고 있는 것 보지 못했어?"
"나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 듣고 싶단 말이야."
"무슨 노래인데, 노래 제목 말해봐!"
"노래 제목은 모르겠어."
"나도 듣고 싶다, 나도 부르고 싶다"
갑자기 큰 아이가 CD케이스로 막둥이 입을 때렸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모두가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순간 막둥이는 집이 무너질 정도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듣고 싶다고. 나도 부르고 싶다고."
"내가 다 부르고 너 듣고 싶은 노래 들으면 되잖아."
"나도 듣고 싶다고, 나도 듣고 싶다고. 형아만 왜 듣는데."
"그러니까 내가 다 부른 후 네가 들으면 되잖아."
"그래도 케이스로 내 입을 때리면 어떻게 해!"
다툴 때마다 '형과 누나, 동생과 다투고 싸우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느냐. 피를 나눈 남매끼리도 양보하고 사랑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느냐'고 타일렀지만 오늘처럼 큰 아이가 막둥이에게 손찌검을 한 것은 처음이라 적잖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는 벌써 손에 회초리가 들려 있었습니다. 저는 회초리를 손에서 놓은지가 벌써 3년이 넘었지만 아내는 아직 놓지 않았습니다. 모든 어리광은 다 피우다가 얼떨결에 형에게 맞았으니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습니까. 막둥이의 울음은 이어졌습니다. 결국 아내 회초리는 막둥이 엉덩이를 향했고, 막둥이는 더 악을 썼습니다. 이를 어떻게 합니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만 때리는 거예요?"
"네가 형아 노래 부르고 있는데 그냥 다른 노래로 돌려 버렸잖아."
"형아는 케이스로 내 입술을 때렸어요."
"그것 때문에 형아도 엄마한테 혼났어."
"…"
"앞으로 계속 그러면 정말 혼난다."
"알았어요."
아내 회초리를 들다, 하지만 막둥이 반성하지 않네
아내는 화를 잘 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잘 들지 않았지요. 큰 아이가 다섯 살 때 어머니 댁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다들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어 그만 두었습니다. 그런데 더 구우라며 3시간을 울었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지요. 옆에 있던 친척들이 '천사'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화를 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회초리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회초리를 드는 것을 절대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회초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큰 아이가 5학년이 된 후부터는 회초리를 더 이상 들지 않았는데 아내는 아직도 듭니다.
막둥이는 엄마에게 엉덩이를 몇 대 맞았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지 형을 계속 괴롭혔습니다. 순간 이것은 안 되겠다 싶어 잠깐 집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막둥이, 아빠까지 때리면 더 안 될 것 같아 내보내는 것입니다.
"막둥이, 너 이러면 안 되겠다. 집 밖에 잠깐 나가 있어."
"나만 나가요?"
"형아는 자기 잘못 인정했잖아. 그런데 너는 아직도 형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니까 더 꾸중을 들어야 해. 형도 책임이 있으니까. 같이 나가야지. 집 밖에서 생각해 봐라. 아빠가 왜 너희들을 밖에 내보냈는지."
"알았어요."
둘은 밖에 나갔고, 큰 아이는 조금 후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들어왔습니다. 동생을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막둥이 녀석은 더 생각할 것이 남았는지 형보다 더 오래 있었습니다.
"막둥이 네 잘못을 알겠어?"
"응."
"무엇을 잘못했는데?"
"형아가 노래 부르고 있는데 내 마음대로 다른 노래로 돌렸어요."
"아무리 듣고 싶어도 형아가 다 부를 때까지 기다리야 한다. 알겠어."
"응"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어면 아빠가 정말 혼낸다. 다시 회초리 들지도 몰라 알겠어."
"알았어요."
그런데 아내가 막둥이에게 회초리를 든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막둥이 학교 공개수업에 아내만 참석했습니다. 막둥이는 학교 갈 때 아빠도 꼭 참석해야 한다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가지 못했습니다. 엄마만 온 것을 본 막둥이 "왜 아빠가 오지 않았나, 아빠를 꼭 데리고 와야지 엄마만 왜 왔느냐"며 엄마에게 따졌던 모양입니다. 얼마나 섭섭했겠습니까. 작은 앙금이 남아 있는데 아침부터 앙앙거렸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막둥아 오늘 아빠가 너를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집밖을 잠깐 내보낸거다. 아빠는 네가 형아와 누나와 싸우거나 다투지 말고 양보하고 도와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주 말했지. 피를 나눈 형과 누나도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니. 형과 누나에게 이기려고 하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도 이기려고 할거야.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이 아니다.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셨다. 꼭 명심해야 한다.-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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