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1.09.20 10:15수정 2011.09.20 10:15
'울산암각화박물관'을 둘러 본 다음, 일행은 이웃한 대곡천변의 '반고서원(槃皐書院)'과 서원의 '유허비(遺墟碑)' 등을 살펴보았다. 반고서원은 1712년(숙종 38) 고려 말의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으로 추후 이언적, 정구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며 위패를 더 모신 서원이다.
유허비는 정몽주 선생을 기리는 3기의 비석으로, 포은이 원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명나라를 배척하는 친원배명(親元排明) 정책에 반대하다가 울주군 언양 지역으로 유배되었을 때, 자주 반구대에 올라 시를 짓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에 지역 유림들은 반구대를 선생의 호를 따서 포은대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유허비를 상재하여 그를 기렸다.
대곡천은 정말 아름다운 하천이었다. 양쪽에 깍아지른 절벽이 있고 가운데를 흐르는 깊은 물과 섶의 수생식물들이 적당히 조화되어있는 역사와 문화가 함께 흐르는 작지만 거대한 물줄기였다.
천혜의 물줄기를 옆에 두고 200년 가깝게 지역 유림들의 면학의 장이었던 반고서원이 흥선대원군의 뜻으로 철폐된 후 오랫동안 폐허수준으로 남아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지역의 문화단체나 역사학회 혹은 민간에 위탁하여 한학교육시설이나 선비문화체험관, 한옥민박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기간 방치되어 있는 듯 보여 마음이 아팠다.
시원한 강바람을 온몸으로 품고 초라해진 서원의 모습을 등 뒤로 한 채,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으로 갔다. 이곳은 영일만의 호미곳 보다 1분, 정동진보다는 5분 일찍 해가 뜨는 곳이다.
간절곶은 먼 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대나무로 만든 긴 장대인 '간짓대'처럼 보인다고 하여 부쳐진 이름으로 실재의 지형도 육지가 바다 쪽으로 뽀족하게 돌출되어 있다.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지난 2000년 시작된 새천년해돋이축제부터로 한반도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져 매년 전야제 행사를 시작으로 불꽃놀이, 해맞이 모듬북 공연, 한지에 새해소망을 적어 새끼줄에 엮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그네뛰기 등의 전통놀이가 펼쳐진다.
바닷가 해변 언덕에 하얀색의 등대와 전망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용과 거북이 조각, 모자상, 노래비, 고래상, 어부상 등의 석상이 있고, 세계 최대 규모의 소망우체통도 있다.
또한 관광기념품 전시판매관, 관광회센터와 인근에 MBC드라마 '욕망의 불꽃'의 현지 촬영지로 유럽풍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세트장도 있는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당일은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했지만, 역시 바닷바람은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서 인지 끈끈함이 싫어 얼른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마음을 먹고 저녁을 먹기 위해 온산읍 강양리의 강양회단지로 갔다.
강양회단지는 동해의 푸른 바다풍경을 직접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어촌마을로 20여 곳의 횟집이 있으며, 정성스런 손맛과 싱싱한 횟감으로 전국적으로 소문난 울주군의 명소이다. 우리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회와 매운탕으로 식사를 하고 맥주 한잔을 하면서 피곤함을 녹였다.
한 시간 가량 식사를 한 다음, 이번에는 버스를 타지 않고 숙소가 있는 서생면 진하리의 진하해수욕장까지 가기 위해 '명선교'을 걸어서 넘었다. 명선교는 울주 지역 최장의 인도교로 서생면 진하리와 온산읍 강양리를 잇고 있으며, 2008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2010년 3월 길이 145m, 폭 4.5m, 높이 17.5m 규모로 완공된 울주군의 랜드마크이다.
주탑의 높이는 27m인 강사장교로 주탑과 케이블은 비상하는 한 쌍의 학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양쪽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고 교량 인근에는 소공원이 조성되어있어 주민들의 여가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진하리와 강양리 주민들이 종전에 도보로 왕래할 경우 30분 정도 소요되던 것이 5분 이내로 단축되었고, 자연환경에 맞는 경관조명이 전체 622곳에 계절별, 축제별, 휴일별로 구분하여 조명을 밝히고 있으며, 탑과 와이어의 조명 색상은 흰색으로 하고 다리 상판부는 계절별로 특색에 맞는 컬러조명을 키고 있는 독특한 다리다.
아울러 주말이나 각종 축제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시기에는 주탑과 와이어의 색상도 다양하게 연출되고 다리 상판부분에는 간절곶 해맞이축제 등 축제와 행사 이미지에 맞게 변화되고 있다.
전체적인 외형이 너무 아름답고 빛의 흐름과 이동이 특이하여 동양의 신비를 가득 간직한 자수정 반지와 목걸이로 치장을 하고 단아한 한복을 걸치고 사쁜사쁜 걸어가는 중년 여인의 뒷모습을 보는 듯했다.
명선교를 건너 대략 10분 정도 더 걸으니 숙소가 있는 진하해수욕장 앞에 닿는다. 서생면의 진하해수욕장은 길이 1KM에 폭 300M 크기로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하여 가족 단위로 해수욕을 하기에 무척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백사장의 삼면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솔향이 은은하고 정취가 좋다.
나는 백사장을 좀 걷다가 모래를 만지기도 하고, 소나무 아래에 앉아 잠시 바다를 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 구경을 하다가 저녁 9시가 다 되어 끈적끈적한 몸을 씻기 위해 방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한 다음, 잠시 TV드라마를 보다가 시나브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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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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