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6월 23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 피해자가 처음으로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한 것을 지적하며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은 한통속이다"고 질타하고 있다.
유성호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7월 4일 오전 삼성전자 법무팀과 만나 서울행정법원의 삼성반도체 백혈병 첫 산재 인정 판결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오후 근로복지공단은 검찰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20일 정부과천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7월 4일 오전에 삼성 관계자 만나고 오후에 항소장 제출" 정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7월 4일 근로복지공단의 삼성반도체 산재소송 수행자인 오아무개 차장과 변아무개 부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한아무개 상무, 김아무개 부장, 정아무개 차장 등의 핵심 인사들과 만났다.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정 의원은 "이처럼 이미 7월 4일날 삼성전자와 대책회의를 해서 항소이유서를 제출해놓고서 그로부터 사흘 후인 7월 7일 신영철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에서 사흘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을 만나 중대한 기만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백혈병 사망자 유족들이 제출한 녹음 파일을 근거로 "당시 신 이사장이 '항소여부는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 것이다. 만약 항소를 하게 된다면 하기 전에 유족과 피해자 측에 항소한다는 사실과, 어떤 이유로 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면서 "왜 이렇게 국민을 기만하는 건가. 사과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정 의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7월 14일 오전에 삼성전자가 '삼상반도체 근무환경이 백혈병 발병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권오현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장에 벤젠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날 오후 1시 30분 근로복지공단은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면서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은 한통속"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종합국감에 삼성 측 관계자가 출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의 이러한 지적에 신영철 이사장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먼저 '대책회의'와 관련 신 이사장은 "당시 경기지역본부 부장과 소송 담당자가 삼성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자리에서 삼성 측에 '항소심에서는 보조참가자에서 빠져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것이 어떻게 대책회의인가"라고 반문했다.
'유족들을 기만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항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검찰이기 때문에 본부차원에서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검찰과 협의하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며 "녹취록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동영 의원은 "녹음 파일 검증 소위를 열어서 만약에 신 이사장이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반도체 백혈명 사망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국감이 열리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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