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손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부모님들. 그때만 해도 많이 젊으셨던 것 같다.
김학용
이윽고 영화는 시작되고, 곧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느새 영화에 몰두되어 극중 인물에 동화되어 가더군요. 영화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것을 보시더니 큰 소리로 "아이고, 저 나쁜 XX 봐래이... 저 못된 놈, 천벌을 받을 놈이네… 아, 어째야 쓰꺼나…"라며 안타까워 하십니다. 놀란 나는 "엄마, 여기 극장이에요. 다른 사람도 있는데 좀 살살 말하세요" "아. 그러냐? 오이야, 알것따."
그런데 잠시 후 이번엔 아버지께서 "어이구, 저 놈 좀 봐라…. 에라이 말종 같은 놈!"이라고 고함을 치시니…. 두어 번 말리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오신 아버지께서는 영화관 스피커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가 다 아파 죽겠다고 말씀하시면서도 내내 웃으십니다. 어머니께서도 흐뭇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시네요. 그러고 보니, 제가 40년 이상을 살면서도 부모님을 영화관에 모시는 온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부모님들께서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영화 한편 보는 일은 그동안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버지 성격상 당신이 영화를 보고 싶어서 돈을 내고 영화를 본다는 일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셨겠지요. 자신에게 들어가는 돈은 아끼고 아껴서 평생 자식들 먹고 입히는 데만 쓰셨으니까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니다. 당신은 혹시 최근에 노부모님을 모시고 영화를 보러 가신 적이 있나요? 가을이라 날씨도 선선하고 참 좋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부모님과 함께 영화 한편 보시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부모님 영화 보여드리려다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운 하루였습니다. 터미널에 사람이 몰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허락하신 4시간,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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