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중증장애인 아동을 알몸목욕 장면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가브리엘의 집을 방문한 나 후보는 조명까지 설치한 상태에서 목욕장면을 공개했다.
오대양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장애 청소년 알몸 목욕'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28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이 나 후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데 이어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까지 나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29일 나 후보의 장애인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봉사활동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저희들은 선거철만 되면 마음이 참 불편하다"며 "같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로서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부모연대는 이어 "후보님께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장애 아동을 발가벗긴 채 목욕을 시켜주고 있었고 목욕탕엔 전문 스튜디오에서나 사용한다는 조명까지 설치돼 있었다"며 "그 사진에서 나 후보님은 착한 어머니로 등장하지만 이름 모를 그 장애청소년은 벌거벗겨진 채 온 세상에 알려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라고 지적했다.
"왜 선거철만 되면 장애인과 웃으며 사진 찍나"부모연대는 특히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입법 활동이나 예산 확보에는 뒷짐 진 채 선거철만 되면 홍보용 사진을 찍으러오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먼저 "왜 정치인들은 평상시에는 장애인 문제에 관심도 없다가 선거철만 되면 앞 다퉈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고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것일까요, 장애인 복지 문제가 해결되려면 제도가 만들어지고 예산이 늘어나야 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그저 장애인들과 해맑게 웃으며 사진만 찍고 돌아가시는 걸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 후보님도 우리와 똑같이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인데 이런 현실이 불편하지 않느냐"며 "26일 후보님이 보여주신 모습을 보며 저희가 다른 정치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면 그건 너무 과도한 해석인가요"라고 꼬집었다.
부모연대는 "그동안 정부와 국회는 마치 불쌍한 장애 아이에게 높으신 분이 오셔서 하루 목욕을 시켜주는 것처럼, 불쌍한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내니 예산 조금 떼어준다는 식으로 장애인 문제를 대했다"며 "특수교육 현장에는 교사가 없어서 학급 하나 제대로 늘리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부모연대는 나 후보측이 "기자들이 통제되지 않았다", "조명장비는 자원봉사 사진가가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며 책임을 취재진과 시설측에 돌린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나타냈다.
"기자 탓, 시설 탓하는 나 후보 너무 실망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