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청년유니온, 한국의 청년유니온을 만나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질러라, 그것만이 아픔을 해결한다!

등록 2011.09.30 10:53수정 2011.09.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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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0시. 일본의 수도권청년유니온과 반빈곤서로돕기네트워크 회원분들이 한국의 청년유니온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그들이 현해탄을 건너 서울 신길역 부근에 위치한 모 대형 성인나이트 클럽 옆의, 나이트클럽 주류창고처럼 누추하게 자리 잡고 있는 청년유니온 사무실까지 방문한 목적은 뭘까요? 글쎄요. 혹시, 한국의 청년운동가들과의 부킹을 위해서? 양국의 불안정노동 청년층의 대안적 사회안전망 모델을 잉태하기 위해? (아, 이 부킹, 이 잉태, 진정 아름다운데요?)

요즘 '핫'한 양국 청년유니온의 만남!

이날 청년유니온을 방문한 이들은 일본수도권청년유니온 서기장 가와조에 마코토, 일본반빈곤서로돕기네트워크의 활동가 다카자와 아미씨 등 네 분이었습니다. 이들을 환대한 한국의 청년유니온의 얼굴로는 김영경 위원장, 조성주 정책기획팀장, 조금득 사무국장 등의 빅네임(?)들과 저 같은 이름 없는 일개(!) 조합원들이 있었지요.

우리들은 비록 국적이 달라서 말도 잘 안통하고 네임밸류에서도 엄연한 위계 차를 보였지만(!), 마주치는 순간 각자의 눈빛들은 모두 뜨거운 연대애로 불타올랐답니다. 그리고 그 뜨거운 눈빛은 이내 우리를 '작업질'로 이끌었지요.

시작은 먼저 한국의 청년유니온이 했습니다. 한국 청년유니온의 지난 1년 반 동안의 활동들을 조성주 정책기획팀장이 영상과 함께 간략하게 발표했습니다. 일본 활동가분들은 통역을 통해 진지하게 경청했고요. 특히 청년유니온의 피자체인점 30분배달제 폐지나 커피전문점의 주휴수당 미지급 고발 및 카페베네 측과의 교섭 성공 등의 활약상에는 박수를 치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청년유니온의 다양한 소모임 활동, 월례강좌, 캠페인, <레알청춘> 책 발간 등에도 크게 관심을 보였지요. 조성주 팀장의 발표 내내 '1년 반 만에 어떻게 그렇게 성장할 수 있냐. 대단하다' 등의 추임새(?)를 넣어주며 한국의 청년유니온에 엄지손가락을 올려주었습니다. 대체로 '어떻게 저렇게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지? 무서운 녀석들일세…'하는 표정들이었지요.

급기야 일본수도권청년유니온 가와조에 마코토 서기장은 "한국청년유니온의 조합원들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한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높은 결속력을 가질 수 있는가"라고 물어왔고, 이에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지만 불안정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며 "이들이 한데 모여서 심리적인 안정이나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직종이 다름에도 나름의 결속력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유배된 자들이 느끼는 동지의식 같은 거랄까요.


한편 가와조에 서기장은 "월례강좌에 초대되는 우석훈 박사(일본 활동가분들도 우석훈 박사를 다들 알더군요)나 다른 대학교수들은 어떻게 초대한 거냐? 강의료가 비쌀 텐데…"라고도 의아해했는데, 이에 김 위원장이 "전부 공짜로!"라고 짧게 답하자 "일본엔 그런 훌륭한 지식인들이 없다!"며 주먹으로 본인의 무릎을 강하게 내리치며 애통해하기도 했죠. 

a  청년유니온의 캐치프레이즈.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

청년유니온의 캐치프레이즈.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 ⓒ 청년유니온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 그것만이 아픔을 해결한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유니온의 일본 유니온 식구들에 대한 선물 전달식이었습니다. 한국의 청년유니온은 청년유니온의 캐치프레이즈라 할 수 있는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는 문구가 적힌 작은 컵을 증정했습니다. 일본의 가와조에 서기장은 함빡 웃음 띤 얼굴로 "문구가 아주 마음에 든다"며 "일본의 청년유니온에서도 이 문구를 써도 되냐"고 물었고, 이에 문구 창안자인 한국 청년유니온의 조금득 사무국장은 "공짜로 써도 된다며"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조 사무국장은 컵을 증정하며 "한국의 베스트셀러 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책의 제목부터 청년들이 겪는 구조적 아픔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있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고, 일본의 가와조에 서기장은 "일본에도 그런 정서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아픔은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질러야 그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는데요.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빨리 중국에도 청년유니온을 만들게 해서, 한중일 3국에, 나아가 세계의 청년들에게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란 말을 유행시킵시다!"

a   한국청년유니온 조합원들과 일본청년유니온 활동가들의 기념 촬영!

한국청년유니온 조합원들과 일본청년유니온 활동가들의 기념 촬영! ⓒ 청년유니온

덧붙이는 글 | * 일본 청년유니온과 반빈곤서로돕기네트워크의 활동가들은 희망청과 청년유니온, 함께일하는재단에서 29일(목) 오후 2시에 개최한 <청년의, 청년에 의한 상호부조 모색과 토론 Let`s do it ourselves>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10월 1일(토) 오후 5시 문래동 '대안공간 문'에서 열리는 청년유니온의 <청년은행기금마련 후원의 밤> 행사에도 참석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일본 청년유니온과 반빈곤서로돕기네트워크의 활동가들은 희망청과 청년유니온, 함께일하는재단에서 29일(목) 오후 2시에 개최한 <청년의, 청년에 의한 상호부조 모색과 토론 Let`s do it ourselves>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10월 1일(토) 오후 5시 문래동 '대안공간 문'에서 열리는 청년유니온의 <청년은행기금마련 후원의 밤> 행사에도 참석합니다.
#청년유니온 #일본청년유니온 #청년 상호부조 #청년유니온 후원의 밤 #레알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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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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