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3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이 일정을 점검하고 있다.
육성철
지난 봄 쌍용차 피해자들의 사고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실은 언론이 뒤늦게 알았을 뿐, 당사자들은 노사대타협 직후부터 겪어온 고통이었다. 최루가루를 뿌리며 공장 위를 날던 헬리콥터는 사라졌으나 농성 참가자들의 귀에서 굉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솥밥을 먹던 노동자끼리 치고받는 비극은 끝났으나 야속한 동료에 대한 기억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 자의 영정 앞에서 고인과 가까운 순서대로 죄의식을 느껴야 했다. 알코올 중독, 자살 시도, 가정 폭력의 참상이 그들의 삶을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평택시는 긴급히 예산을 편성해 공공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이제 해고자들은 자신이 일하던 공장 주변을 청소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발등의 불은 껐으나 장기적 대안은 없다. 더 큰 문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중증 피해자들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터로 나와야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나올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일이다.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이들에게 "우선 일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폭력에 다름 아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은 말한다.
"심리적 충격, 주변의 냉소, 가족들의 따돌림 등으로 대인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일자리 이전에 상담치료다."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가 쌍용차 가족들을 찾아 지속적으로 집단상담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는 인권센터 주춧돌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치유를 위해서는 상처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끔찍한 고통을 끄집어내는 것에서 치유가 시작된다."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쌍용차 가족들의 집단상담이 하나둘 치유의 싹을 틔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오는 10월 22일엔 쌍용차 가족들의 놀이와 치료를 겸할 수 있는 '와락 센터'가 문을 연다.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 권지영 대표의 브리핑을 들으며 마음 한 구석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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