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 선상 우럭배낚시에 푹 빠진 낚시꾼들
추광규
가을 서해안 바닷가 낚시꾼들에게 우스갯소리로 '가을에는 미끼로 장화를 끼워서 넣어도 우럭이 물고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럭이 커다란 장화를 미끼로 착각하고 덥석 물 정도이니 그만큼 가을에는 우럭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그 조과가 풍성하다는 것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지요.
낚시를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실 한번 출조에서 많은 양의 고기를 잡아도 종종 난처한 처지에 처할 경우가 있습니다. 생선이라는 게 생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선도가 떨어지기에 빠른 시간내에 처리해야만 하는데 이것저것 요리를 해먹더라도 남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쿨러를 가득 채워온 날에는 동네잔치가 벌어지곤 합니다. 이웃이나 아는 사람들을 불러 나눠주기에 인심을 듬뿍 얻고 하지요.
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고 잡아온 생선은 넘쳐나니 결국 다듬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놓는다고 해도 자칫 잘못하면 냉동실 칸만 차지한 채 수개월이 지나고, 끝내는 그냥 내다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럭 만큼은 아무리 많이 잡아와도 이런 염려는 붙들어 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인 생선을 말려서 보관하는 방법을 써먹으면 두고두고 요긴한 반찬거리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바로 '우럭젓국'으로 끓여서 먹는 것이지요.
출조 열번에 한번꼴로 풍성한 조과지난 봄부터 주말마다 서해안 우럭낚시를 즐겨 출조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출조해서 우럭을 잡아 내다보니 출조 때마다 풍성한 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 아닙니까. 바로 '미끼로 장화를 끼워서 담가도 우럭이 물고나온다'고 하는 계절인데 이럴 때 클러 안 채워 오면 언제 또 풍성한 조과를 맛볼 수 있을까요.
뭐 이런 기대심으로 지난 24일 제가 즐겨찾는 영흥도 우럭 선상 배낚시를 떠났지요. 배는 늘 타는 것처럼 경영호를 탔습니다. 낚시꾼은 14명 만선으로 두어시간을 질주한 후 아침 7시경부터 바다에 낚시줄을 드리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낚시줄을 드리웠지만 가는 것은 시간뿐 배에 타고 있던 낚시객 전체로도 겨우 낱마리 조과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간조가 아침 8시경이었는데 이후 입질이 왕성한 초들물 시간 때에도 조과가 전체적으로 빈약하더군요. 그렇게 1시간 반을 더 물에 담그면서 고패질을 했지만 어신은 전혀 없이 팔만 아플 즈음 선장이 '조금 이동하겠다'고 말한 뒤 어디론가 배를 돌려서 부지런히 30여분간을 달려가더군요.
날씨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청명한 가을날씨에 선들선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파도는 1m가 채 안 되니 낚시하기에는 그만인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30여 분간 달린 배는 서서히 멈춰선 뒤 선장이 채비를 입수하라고 말하더군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채비를 던져 바닥에 닿을 즈음부터 배 여기저기에서 '물었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말 그대로 우럭밭에 들어 선 것입니다.
우럭채비에는 보통 2개의 바늘이 달려 있는데 이때는 한마리가 물고 올라오는 것은 보통이요, 두 마리를 걸어 올리는 사람까지 순식간에 배 여기저기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사무장의 말로는 어탐기에 우럭이 켜켜히 쌓여 있는 걸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우럭은 보통 수중 어초 부근에서 서식하는데 특히나 먼 바다 수심 50m 이상이 나가는 곳에서는 우럭이 작은여에 옹기종기 모여 있곤 하는데 바로 이 우럭떼를 발견해 낚시대를 드리운 것입니다.
배 한 쪽에 7명씩 앉는데 그 인원 전체 낚시대가 휘청 거리면서 우럭을 걸어 올리는 거였습니다. 잠시 뒤에는 반대편 쪽에 앉아 있던 낚시꾼들도 바늘에 걸었다는 함성소리와 함께 거의 동시에 낚시줄을 감아 올리더군요. 올라온 우럭도 씨알이 굵었습니다. 보통 30cm가 넘고 큰 것은 40cm가 훌쩍 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