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냄새 찌든 후미진 곳에서 담배 피우는 여성 보니..

흡연자는 죄인, 비흡연자는 왕 대접 받는 사회, 건전한 담배소비자의 권리는 어디에?

등록 2011.10.01 14:40수정 2011.10.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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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붉은 원안에서 그녀는 담배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 소공원 벤치가 있는데요. 남녀 성별을 떠나 건전한 담배 소비자의 권리가 바로 서는 날은 언제일까요?

붉은 원안에서 그녀는 담배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 소공원 벤치가 있는데요. 남녀 성별을 떠나 건전한 담배 소비자의 권리가 바로 서는 날은 언제일까요? ⓒ 윤태


우리 사무실 근처는 주차 여건이 매우 좋질 않아서 늘 애를 먹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무실 근처에 낮에는 일반에게 개방돼 있는 노상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근 사무실 차는 많고 주차 공간은 부족하니 이것마저 쉽지 않습니다. 운 좋으면 금세 자리가 나지만 자리가 안 나는 날은 빈자리 찾아 20분, 30분 차를 몰고 돌아다니기 일쑤입니다.


담벼락 따라 마련돼 있는 주차공간. 아예 차를 길에 세워놓고 다른 차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많은데요. 어느날 멀리서 보니 드디어 어떤 여성분이 SUV 차량으로 다가갔습니다. 담벼락 쪽이 운전석이니 곧 출발을 하겠거니 생각하고 저도 시동을 걸고 '스텐바이'를 하고 있었지요. 뒤꽁무니에서 빨간 불이 들어오면 시동을 건 것이니 즉시 출발해서 차를 대려고요.

차가 나가는 즉시 비상등을 켜고 그 자리에 주차해야지 만약 1초, 2초라도 머뭇머뭇 하다간 다른 차가 들어가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신속한 자만이 견인을 당하지 않고 안전한 곳에 주차할 수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그 차는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여성의 모습도 확인이 되질 않았구요. 높은 차와 담벼락에 가려 여성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차에 탔는지 안탔는지 그것도 확인 불가였습니다. 계속에서 그 차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동안 희미하게 뭔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담배 연기였습니다.

그 여성은 SUV 차량과 담벼락 사이에 몸을 숨기고 담배를 피우고 있던 것입니다. 그 자리.소변 냄새로 찌든 곳인데 그곳에서 담배를 태우다니.... 바로 옆에 소공원이 있어 노숙자들이 상당히 많아 오줌 냄새로 찌든 곳이 바로 그 여성이 담배를 태우던 자리였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의 시선이 두려워 그런 더러운 곳에서 오줌 냄새와 함께 담배를 피워야했던 그 여성. 바로 옆에 소공원이 있고 벤치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 일은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의 일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왜 여성은 담배를 숨어 피우고 남성은 당당하게 피우는 것인지 지정된 금연 구역이 아니라면 성별 따지지 말고 당당하게 피웠으면 한다는 바람을 적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또 얼마 후 한차례 그곳에 숨어 피우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때 그 여성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굴까지 들여다볼 일은 아니니까요. 우체국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곳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는 듯 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a  행락지에서 담배를 태우는 여성의 모습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흡연구역을 지정하면서 금연과 흡연 정책을 세워야지 흡연자는 죄인, 비흡연자는 왕 대접 받는 지금 사회의 모습. 안타까울뿐입니다.

행락지에서 담배를 태우는 여성의 모습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흡연구역을 지정하면서 금연과 흡연 정책을 세워야지 흡연자는 죄인, 비흡연자는 왕 대접 받는 지금 사회의 모습. 안타까울뿐입니다. ⓒ 윤태

그러다가 세 번째 그 장면을 본게 바로 지난 금요일(9월 29일)이였습니다. 두 번째로 숨어서 담배를 피웠던 그 여성 같았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말이지요.

주차할 곳을 찾아 돌다가 어제는 그 여성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일부러 담벼락과 차량 사이까지 들어가 이야기할 순 없고, 마침 담배를 다 피우고 나오는 찰나 지나가는 저와 마주쳤고 저는 창문을 내리고,

"거기 소변 냄새 많이 나는데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여성이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걸 제가 알고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한 것이지요. 제가 천천히 차를 몰고 오면서 보고 있었으니 그 여성분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자 작은 목소리로 "네~~" 하면서 잰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녀.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거기 소변 냄새 많이 나는데요, 여기 벤치에 앉아서 담배 피우세요."

하지만 그 말은 하질 못했습니다. 당당하게 담배 소비자로써의 권리를 누리라고, 눈치 보지 말고 냄새나는 곳이 아닌 시원한 나무 그늘 벤치에서 그 행복추구권을 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습니다.

남녀 문제를 떠나 흡연자는 죄인이고 비흡연자는 왕인 것처럼 인식되는 우리 사회에서 금연구역만 자꾸 지정할 게 아니라 흡연구역도 정해주면서 담배소비자로써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보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담배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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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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