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국민참여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가 선출됐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이름을 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박영선 후보와 당 관계자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께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야권단일후보 수락연설에서 박원순 후보는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게 돈과 조직을 만들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메시지는 2002년 노무현 후보가 국민에게 전했던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오늘, 이 메시지를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을 이긴 박원순 후보가 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경선에서의 패배보다 우리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빼앗긴 현실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87년 체제는 끝... 민주당 혁신 외에 답이 없다
대다수 언론은 박원순 후보의 '바람'이 '조직'을 이겼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선거 때마다 보수세력의 완강한 조직을 민심으로 이겨낸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민주당은 조직으로 시민의 변화 열망을 눌러야만 하는 정당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경선 당일(3일) 오후 우리는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에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이 시장 후보를 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여론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현실에 깊은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현실입니다. 이번 경선이 흥행했다고 애써 자위하는 것도 부끄럽습니다. 오히려 박원순 후보가 그동안 민심과 괴리감을 보이던 민주당의 각성을 견인하면서 경선 흥행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경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당원들의 지지도 결집시키지 못했습니다. 여론조사의 차이는 컸습니다.
당심과도 분리되고 민심과는 격리된 정당으로 전락한 요인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혁신해야 합니다. 훌륭한 후보를 내고도 질 수밖에 없는 당 구조를 모조리 뜯어 고쳐야 합니다.
민주당은 '선거기획 정당'이라는 비아냥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평소에는 한나라당과 2배 이상 차이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다가도 (이번 경선처럼) 선거 때만 되면 잠시 지지율이 반등했다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현실의 반복, '선거 포퓰리즘'의 전형 아니겠습니까. '선거기획 정당'의 틀로 지금의 지지율을 가진 것도 어찌 보면 대단한 일입니다.
그동안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지지를 보내 준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민주당 밖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 본질을 깨달아야 할 시점입니다.
이제 1987년 체제를 끝내야 합니다. 보수세력의 구기득권 세력인 재벌, 사학재단, 법조계, 제도권, 학계 등과 평화민주세력에서 탄생한 신기득권 세력 간의 대립이 '87년 체제'의 특징입니다.
그동안 양 세력은 사실상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을 원천봉쇄 하면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박원순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87년 체제를 끝냄과 동시에 민주당에게 신기득권 세력으로 남지 말라는, 갖고 있는 기득권을 하루속히 버리라는, 마지막 경고를 보냈습니다. 이제 민주당이 응답해야 합니다.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우제창 기자는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2011.10.04 12:05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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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흥행? 부끄럽다...'87년 체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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